린저씨로부터 버림 받은 엔씨, 글로벌 린저씨 모을까

박소영 기자
입력 2021.08.21 06:00
엔씨소프트(엔씨, NC)가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했다. 연내 출시를 예고한 신작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를 공개하면서다. 갈수록 떨어지는 국내 실적을 해외에서 만회하려는 움직임이다. 국내 주요 이용자인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 합성어)로부터 버림받은 엔씨가 글로벌 린저씨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리니지W / 엔씨소프트
엔씨, 글로벌 겨냥한 리니지W 선봬

20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하루 전 공개한 리니지W의 글로벌 사전예약이 200만건을 기록했다. 전날 엔씨가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 ‘더 월드’를 개최하며 리니지W를 공개해 사전예약을 시작한지 15시간 만이다. 공식 홈페이지와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를 합한 수치다. 다만 200만건이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비율로 예약이 이뤄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리니지W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엔씨 관계자는 "국가별 사전예약자수를 따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비율은 알지 못한다"며 "다만 공식 홈페이지나 양대 마켓을 합한 수치는 글로벌 이용자를 모두 합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리니지W는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이다. 엔씨는 글로벌 이용자를 타깃으로 삼아 전략적으로 개발해 월드와이드 컨셉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니지W는 PC와 콘솔(플레이스테이션5, 닌텐도 등)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으로 서비스된다. 이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엔씨가 2019년 밝혔던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엔씨는 글로벌 공략을 위해 ‘글로벌 배틀 커뮤니티’를 구현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국가마다 로컬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존 방식이 아닌 ‘글로벌 원빌드’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여러 국가 이용자가 하나의 전장(서버)에 모여 협동과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여기에 글로벌 이용자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실시간으로 인공지능(AI) 번역을 지원한다. 구어체, 인터넷 용어뿐만 아니라 음성을 문자 채팅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보이스 투 텍스트 기능도 제공한다.

김택진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쇼케이스에서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한 프로젝트다"라며 "리니지의 본질인 전투, 혈맹, 희생, 명예의 가치를 담고, 24년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집대성한 리니지 IP의 결정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니지의 핵심인 배틀 커뮤니티를 세계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엔씨 떠난 린저씨…리니지W 구원투수 되나

엔씨가 리니지W를 개발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을 외친 건 국내 매출 의존도는 높은 반면 매출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엔씨가 최근 발간한 분기보고서의 총 매출 부분을 보면 지난해 2분기(약 4276억원)부터 올해 2분기(약 3558억원)까지 1년간 한국 매출 규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매출의 각각 약 79%(지난해 2분기), 66%(올해 2분기)에 달한다.

이는 올해 초 불어닥친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따른 불매 운동이 원인으로 꼽힌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가 강한 캐릭터나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뽑기 형식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엔씨소프트의 게임은 거의 모두가 확률형 아이템이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게임의 경우 최고의 무기를 만들려면 확률형 아이템을 계속 구매해야 하는데, 당첨될 확률은 로또급으로 낮아 사행성 논란이 일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출시한 리니지2M에 도입된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은 "수억원을 써도 안 뽑힌다"는 이용자의 원성을 샀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던 당시 경쟁 게임사는 대표 사과와 함께 확률 공개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엔씨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사과하거나 후속 대책없이 침묵했다. 그 결과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트럭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 엔씨소프트의 최대 고객으로 꼽히던 린저씨가 대거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으로 옮겨가며 딘저씨(오딘+아저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엔씨소프트가 더이상 새로운 이용자를 포섭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 실적을 올리기보다 해외 실적 늘리기로 전략을 바꾼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관련업계는 최근들어 조금씩 성장세를 보이는 엔씨의 글로벌 매출을 이유로 그나마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 봤다. 엔씨의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는 않지만 해외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지역 보다는 대만과 일본 쪽에서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한국에서와 같은 성공은 여전히 의문이다.

엔씨 해외 매출은 법인이 존재하는 대만, 일본, 북미·유럽에서 집계되는데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 실적을 비교한 결과 대만 매출은 약 95억원에서 795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본 매출도 약 150억원에서 올해 약 359억으로 급상승했다. 윤송이 대표가 이끄는 엔씨웨스트의 북미·유럽 지역 매출은 약 240억에서 242억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엔씨 게임이 지금까지 해외 시장보다는 국내에서만 선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라며 "해외 진출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어떻게 시장을 공략할지가 관건이다"라고 답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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