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반도체 경쟁사 대만 TSMC를 통해 자사 그래픽프로세서(GPU)와 서버용 CPU를 생산할 계획이다.

인텔은 19일(현지시각) 자사 프로세서 아키텍처 로드맵 정보를 공유하는 ‘아키텍처 데이'를 통해 슈퍼컴퓨터용 GPU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와 게이밍 PC용 GPU ‘아크(Intel ARC)’를 TSMC에서 생산한다고 밝혔다. ‘폰테 베키오’는 TSMC의 7나노와 5나노 공정으로, 인텔 아크는 6나노 공정으로 제조된다.

인텔 아크 / 인텔
인텔 아크 / 인텔
반도체 업계는 인텔이 앞서 발표한 GPU 위탁 생산 계획에 따라, 대만 TSMC 혹은 한국의 삼성전자를 통해 차세대 GPU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7나노 이하 프로세서 제조가 가능한 업체가 TSMC와 삼성전자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TSMC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5%, 삼성전자는 17%로 업계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텔이 TSMC를 자사 차세대 GPU 생산거점으로 선택하면서 삼성전자가 고배를 마시는 모양새다. 인텔의 발표로 삼성전자보다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력이 더 앞선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에서 TSMC에 일감을 주는 것으로 비교적 따라잡기 쉬운 삼성전자를 견제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디지타임스 등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텔은 TSMC의 3나노 제조 공정을 통해 서버용 CPU와 GPU도 2022년 2월부터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TSMC 위탁 생산이 인텔의 자체 파운드리 생산 능력 부족 탓이라는 견해다. 인텔은 올해초 팻 겔싱어 CEO 취임과 더불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5나노 공정(인텔4) 양산 시점이 2022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등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