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부족 타격을 입은 한국GM이 GM(제네럴모터스) 본사의 대량 리콜조치 등으로 하반기 가시밭길을 걷는다. 과거 대비 감소한 내수 시장 영향력을 고려해 주력 차종의 해외 시장 판매 기회를 모색했는데, 반도체 부족 장기화로 생산물량 조정이 불가피하다. 야심차게 내수 시장에 내놓은 신형 전기차에서 화재까지 발생하며 난관에 처했다.

아직 풀리지 않은 노사 합의도 숙제다. 한국GM 노사는 1차 임단협 잠정합의안의 7월 부결 이후 22일 2차 잠정합의안에 도달했다. 1차 잠정합의안처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협상 과정이 장기화될 수 있고, GM 본사의 투자 받기도 어려워진다.

GM본사의 볼트EV 자발적 리콜 조치 전모델 확대로 인해 리콜에 들어가는 볼트EUV / 한국GM
GM본사의 볼트EV 자발적 리콜 조치 전모델 확대로 인해 리콜에 들어가는 볼트EUV / 한국GM
2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2022년형 볼트EV와 볼트EUV의 리콜을 진행한다. GM본사의 볼트EV 자발적 리콜 조치 확대에 따른 것이다. 출시에 맞춰 홍보를 위해 한국GM이 준비했던 시승회 등 부대행사도 잠정 연기됐다. 국내 시장 리콜 방식은 전기차 보조금을 고려해 고객 인도 후 리콜을 취할지 아니면 선제 리콜후 차량을 인도할지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GM 입장에서 이번 리콜 조치가 아쉽기만 하다. 2022년형 볼트EV와 볼트EUV 출시로 국내 전기차 고객 확보 증가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볼트EUV는 특히 100% 온라인 판매 선언·사전계약 당일 홈페이지 일시 마비 등으로 안팎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배터리 리콜시 차량 출시와 인도 과정에서의 차질이 불가피하고, 차량에 대한 대외 이미지 역시 하락한다.

내수·수출 모두에서 한국GM의 실적을 책임지는 소형SUV 트레일블레이저의 감산도 뼈아프다. 트레일블레이저는 6월 1만5165대를 수출해 국내 완성차 수출 모델 중 가장 많이 해외시장에 판매된 차량이다. 내수시장에서도 1~7월간 1만2600대쯤 판매돼 승용인 스파크와 한국GM의 볼륨모델 몫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문제가 장기화 되며 생산 차질을 빚는다. 3분기에도 반도체가 없어 트레일블레이저 감산이 전망된다. 7월 내수판매량은 6월대비 25% 넘게 줄었다. 7월 RV(SUV 등 레저용 차량) 수출 실적도 트레일블레이저 감산 영향으로 6월 대비 33%쯤 감소한 1만2048대에 그쳤다.

한국GM은 볼트 EUV 리콜 확대·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감산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번 주 2차 노사 임단협 잠정합의안 투표에 돌입했다. 한국GM노조 조합원들은 22일 맺어진 합의안을 23일부터 이틀간 투표한다.

완성차 업계는 한국GM의 2차 임단협 합의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현대차만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법정관리중인 쌍용차를 제외한 기아·르노삼성은 아직 한국GM과 함께 협상을 진행중인데, 현대차에 이어 한국GM측에서 낭보가 전해지면 긍정적인 영향과 기류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한국GM도 GM본사의 적극적인 친환경·전기차 전환 계획에 포함돼야 하는만큼 이번 임단협 협상을 완수하는 것이 필수다. 7월 1차 협상안 부결 이후 GM본사 주요임원 등이 국내 방문 일정을 취소했는데, 이로 인해 한국GM 노사갈등이 GM본사의 투자의향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려가 거셌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사측에서는 최선의 안을 냈다고 보지만, 임단협 투표 관련해 찬반 여부는 전적으로 조합원의 결정이기에 섣불리 예단하기는 힘들다"며 "임단협 타결 이후 GM본사 주요임원의 재방문 의지는 노력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등 일정을 비롯해 고려할 사항이 많아 확답하긴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