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 서평] 냉장고를 여니 양자역학이 나왔다

하순명 기자
입력 2021.08.25 06:00
플라스틱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누렇게 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분해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에 자외선을 쪼여서 분해시키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양자역학은 실제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유가 뭘까?

현대문명, 특히나 20세기 후반 이후의 문명은 양자역학의 기초 위에 서 있다. 우선 반도체가 그 중심에 있다. 휴대폰, 컴퓨터 등에만 쓰이는 줄 알았던 반도체는 이제 자동차에도,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에도 쓰인다.

마치 뉴턴역학이 17세기 유럽에서 계몽주의 탄생에 커다란 기여를 한 것처럼, 그리고 진화론이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처럼 새로운 과학은 세계를 보는 눈을 바꾼다. 20세기에는 양자역학이 그 역할을 했다.

소립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익숙한 ‘거시세계’가 아닌,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인 것이다.

하지만 이 우리가 셀 수 있는 ‘가장 작은 것들의 세계’가 모여 우리 일상의 현상이 만들어진다. 우주의 시작에도 이 ‘작은 것’이 있었다. 양자역학이 물리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서문에 ‘양자역학’이란 무엇인지, 왜 ‘양자역학’을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양자역학’이 왜 물리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를 제시한다.

이어지는 세 파트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양자역학 현상을 소개한다. 1부에서는 세탁소, 헬륨가스 등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양자역학을, 2부에서는 식물, 태양, 철새 등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양자역학, 그리고 3부에서는 레이저의 원리, 핵분열 등 조금 더 심화된 개념을 통해 양자역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혹시 양자역학은 커녕 ‘원자’, ‘전자’ 등의 개념조차 가물가물하거나 익숙하지 않을 독자들을 위해 앞부분에는 간단한 핵심 ‘용어사전’을 삽입했으니 참조하면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냉장고를 여니 양자역학이 나왔다
-읽을수록 쉬워지는 양자역학 이야기
박재용 지음 | MID | 360쪽 | 1만7000원

#10줄서평 #1부 일상에서 만난 양자역학

1. 전기를 띠는 물체가 원운동을 하면 필연적으로 전자기파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당시의 고전 전자기학으로는 적어도 그렇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우리도 붕괴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 이 비밀을 밝히는 과정이 바로 양자역학의 한 시작점이다.

2. 양자역학은 원자와 원자 안에 존재하는 전자의 여러 특징 중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립되어 왔다. 그러니 원자가 가지는 여러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3. 원자의 가운데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에 전자가 있다. 양성자는 +1의 전기를 띠고 전자는 -1의 전기를 띤다. 그러나 원자 자체는 전기를 띠지 않고 있는데 이는 원자핵의 양성자 수와 주변의 전자 수가 같기 때문이다.

4. 수소 원자의 전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제일 안쪽 에너지준위가 가장 낮은, n=1인 주양자수를 가진다. 그런데 이 수소 원자의 확률함수의 분포를 살펴보면 둥그런 구 모양을 하고 있다. 이렇게 확률함수의 분포가 어떠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가를 방위양자수라고 한다. 보통 기호 1로 표현한다. 그중 이런 구 모양의 궤도를 s-오비탈이라고 한다.

5. 헬륨은 양성자가 두 개이니 당연히 전자를 두 개 가지고 있는데 둘 다 에너지준위가 가장 낮은 주양자수 1의 확률함수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헬륨 원자를 잘 살펴보니 정말 두 개의 전자가 모두 주양자수 1에 s-오비탈이다. 그런데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의하면 동일할 확률함수를 동시에 두 전자가 가질 수 없다. 주양자수와 방위양자수가 같다면 둘은 완전히 똑같은 확률함수를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스핀이 등장한다. 정확하게는 자기 스핀 양자수라고 한다.

6. 실제로 전자의 스핀은 양자역학에 상대성이론을 결합한 상대론적 양자역학의 결과다. 즉, 자연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실체다. 스핀도 질량, 에너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이라서 그 자체를 다른 무엇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냥 전자의 스핀은 두 종류가 있다고만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7. 결국 과학자들은 벤젠의 실제 성질과 맞는 1.5결합을 인정하지만 전자를 반으로 나눈다는 것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양자역학이 떡하니 등장하니 이 곤란한 점이 사라진다. 양자역학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가 입자는 입장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8. 사기로 된 접시는 오래되면 때가 끼고 낡지만 잘 닦으면 다시 하얗게 된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닦는다고 하얗게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자체가 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선풍기, 냉장고, 브라운관 모니터 등의 하얀 플라스틱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을 황변이라고 하는데 플라스틱에 함유된 브로민이란 물질 때문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사실 이유는 딴 곳에 있다.

9. 어찌되었건 황변이 일어나려면 수소가 탄소로부터 떨어져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소에 에너지를 넣어주어야 한다. 일상 속에서 수소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게 바로 햇빛, 그중에서도 자외선이다. 그래서 부엌의 냉장고는 황변이 늦게 일어나고 직사광선을 받는 곳의 플라스틱은 빠르게 황변이 일어난다.

10. 헬륨은 수소 다음으로 가벼운 기체로 비행선이나 풍선에 사용된다. 가볍기로는 수소가 가장 가볍지만 수소는 조금만 주의를 소홀히 해도 폭발하는 가연성 가스이기 때문에 비행선이나 풍선 등에 사용할 수 없다. 반면 헬륨은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아주 안정된 기체로 화학반응 등을 통해 문제가 생길 일이 없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하순명 기자 kidsfocal@chosunbiz.com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