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중고차 업계와 대기업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거의 확정적이다. 대기업이 매년 판매할 수 있는 차량 수에 대한 정리만 남았다. 대기업 측은 차량 판매 허용 물량을 280만대쯤, 전체 중고 매물 거래 중 10%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중고차 업계는 사업자 간 거래(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 수량 제외) 수량인 130만대 중 10%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3년 지정됐던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2019년 초 만료됐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중견기업 진출을 제한을 주장하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생계형 적합 업종의 지정여부를 심의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부적합’한 신청이라고 판단했다. 그 배경으로는 중고차 시장 경쟁을 활성화해야 기존의 불투명한 판매 행태가 해소될 것이라는 여론을 제시했다.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가 판매자의 상품 품질을 확신할 수 없는 이른바 레몬시장으로 불린다. 판매자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고 판매하려는 차량에 대한 정보 역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중고차 시장은 일반 중고 장터와 다를 바 없는, 믿을 수 없는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전동식 조향장치(MDPS)를 보유한 중고차 15대 중 13대는 차량에 있지도 않은 파워고압호스 등 부품의 점검 결과가 양호라고 표기됐다. 리콜대상에 포함된 7대의 중고차 중 1대는 점검기록부 상 리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재되기도 했다. 전체 중고차 업체가 고객을 속이는 것은 아니지만, 여론이 좋지 않다.

판매업체 직원의 전문성 미비도 자주 거론된다. 차량 부품에 대한 지식 수준이 떨어지거나 리콜 차량과 관련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는 차량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고 급기야 개인간 거래 시장이 활성화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상대적으로 체계를 갖춘 케이카 등 중견 직영 중고차 업체를 찾는 소비자도 확 늘었다. 중고차 업계가 나름의 자정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 불만을 모두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 이상이다. 기존 업계가 ‘아마추어’적인 행보로 소비자를 놓쳤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별도로 하더라도 기존 업계는 ‘프로’답게 변해야 한다. 정말 변화하겠다고 한다면, 업계 스스로 부당 업체에 대한 엄격한 퇴출 기준을 세우고 중고차에 대한 전문성 강화 등 대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소비자 입맛에 맞지 않는 밥상을 내놓으면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