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최근 핫한 기업 중 하나는 바로 ‘스노우플레이크'다. 2012년 설립한 스노우플레이크는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저장업체다. 기업들에 신개념 통합 클라우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았다.

스노우플레이크는 2020년 9월 뉴욕 상장 이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탔다. 코로나19 이후 클라우드 시장이 급성장한 시점과 맞물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무려 700억달러(81조원)을 넘어섰다. 증권가 은어인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한 뒤 상한가를 기록한다는 의미)'에 성공한 셈이다. 당시 나스닥에서 주요 기술주들이 줄줄이 하락한 가운데 스타트업인 스노우플레이크는 나홀로 상승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 인포그래픽 / 스노우플레이크
스노우플레이크 플랫폼 인포그래픽 / 스노우플레이크
27일(현지시각) 기준 스노우플레이크 주가는 305.26달러(35만7000원)이다. 시가총액은 903억달러(105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사실 스노우플레이크는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스노우플레이크는 2022 회계연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매출 2억7220만달러(310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2억달러(2300억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노우플레이크의 기업가치는 왜 고공행진 하는 것일까. 바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매출이 계속 는다.

스노우플레이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데이터 스토리지와 컴퓨팅 사용량을 기반으로 비용을 책정한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데이터 연결이 증가할 수록 매출 증대 효과가 높아진다. 고객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

7월말 기준 스노우플레이크의 고객 수는 4900곳이 넘는다. 전분기만 해도 4500개의 고객사를 확보했는데 3개월 만에 400곳이 넘는 고객사를 추가한 셈이다.

특정 벤더의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멀티클라우드’ 환경도 스노우플레이크의 장점이다. 벤더 종속 없이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기능과 유연성과 용이함은 멀티 클라우드를 선택하는 기업에 이점이기 때문이다.

전체 고객사수(왼쪽)와 매출 100만달러 이상 고객사 수 추이/ 스노우플레이크
전체 고객사수(왼쪽)와 매출 100만달러 이상 고객사 수 추이/ 스노우플레이크
증권가는 향후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 확보가 스노우플레이크 성장의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전체 고객 중 연간 10억원 이상 지출 고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스노우플레이크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매출 100만달러(11억7000만원)이상 고객과 포춘 500 기업 고객수는 각각 116개, 212개다. 전분기대비 11.5% 9.2%씩 늘어난 수치다.

변화하는 클라우드 시장

스노우플레이크의 성장은 최근 변화하는 클라우드 시장과도 연관이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최근 발표한 스페셜리포트에 따르면, 클라우드 도입 목적은 IT 관리 효율화에서 점차 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트너는 인공지능 엔지니어링 없는 대부분의 조직은 인공지능 프로젝트가 POC에서 본격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데이터 지역성, 글로벌 규모, 조직의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멀티 클라우드 환경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스노우플레이크에 호재다. 특정 벤더에 종속될 필요 없이 데이터 수집 저장에서부터 분석까지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 클라우드에 연결되면 누구든지 데이터에 접근하고 비즈니스에 활용 가능하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와 외부기업 간 데이터 교환, 기술협력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 유리하다.

국내 기업들도 스노우플레이크와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노린다. 한글과컴퓨터 자회사인 한컴MDS는 스노우플레이크와 데이터웨어하우스(DW) 사업을 2월부터 추진 중이다.

SK C&C도 최근 스노우플레이크와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데이터 플랫폼 상호 통합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