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데이터 규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빅테크(거대기술) 기업을 향한 칼 끝이 클라우드 기업으로 향한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클라우드 기업은 급격한 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중국 당국의 데이터 규제 강화 이면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성공 등 정치적 이슈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조선일보 DB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국영기업에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서버나 다른 저장 하드웨어의 구매 등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국영 기업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화웨이 등 기업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한 데이터를 국가 시설로 옮겨야한다. 기한은 2022년 9월까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구 1400만명의 도시인 톈진시가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다른 도시도 유사한 조치를 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지시는 데이터보안법 시행을 며칠 앞두고 내려졌다. 중국은 9월 1일부터 데이터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데이터보안법을 시행한다. 데이터보안법은 소셜미디어 기업이나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해 자신의 플랫폼에서 몰래카메라 프로그램, 불법 촬영 영상 등이 유통될 경우 처벌을 받는 규정을 포함한다. 당국이 모든 데이터의 수집부터 저장, 전송, 가공, 공유 등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의 핵심 데이터 관리 제도를 위반하고 국가 주권·안전·발전 이익을 해칠 경우 최소 200만위안(3억60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위안(18억원)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11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도 앞두고 있다.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만약 기술 기업들이 이를 위반해 개인정보를 수집·사용할 경우 최대 5000만위안(90억1000만원) 또는 기업의 연수익의 5%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최근 데이터 집약 기술 기업의 해외 상장 금지 정책도 추진 중이다. 디디추싱이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강행한 후 나온 규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앞서 6월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국가 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 등을 이유로 디디추싱의 '인터넷 안보 심사'에 착수했다.

CSRC가 마련 중인 규정에 따르면 해외 상장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각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부처 합동기구에서 허가를 받아야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알리바바 등 규제의 직격탄을 받는 중국 기술기업들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빅테크 길들이기?

개인정보보호법과 데이터보안법 시행 등 중국 정부가 거대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데이터 보안을 앞세워 국내외 인터넷 기업에 대한 통제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론도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 조선DB, IT조선 제작
2020년 11월 앤트 그룹의 상하이 증시와 홍콩증시 기업공개(IPO)에 불허한 것을 시작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해 각종 규제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규제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당국의 규제를 비판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내 정치적 이슈와 연관이 깊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위한 기반 다지기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시 주석은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2연임 규정을 폐지했다. 3연임 이상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 3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이 최근 중국 내부에서 빅테크 기업을 향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정부는 반독점, 데이터 보안, 사회 불평등 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는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빅테크 기업이 해외 증시로 몰리면서, 그 혜택을 중국 국민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승찬 용인대 교수(중국학과)는 "빅테크 기업 규제를 단순히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해석은 논리가 부족하다"며 "더 깊게 들어가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해 이슈(3연임 반대)를 다른 이슈(국가 안보)로 덮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와 연결되고, AI는 결국 군사 안보의 핵심 기술이기에 전쟁과도 연결된다. 그동안 미국으로 새 나가던 데이터 구멍을 막기 위해 새롭게 프레임을 짜는 것은 미국과 펼치는 전략적 경쟁 중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과거의 조롱경제(내수 시장 안에서만 마음껏 성장)가 디지털 조롱경제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며 "물론 그 과정에서 진통은 있겠지만 내부 지지와 명분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생존을 위한 적응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가을 있을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까지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