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5세대(5G) 이동통신 품질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 발표 내용 중 주거 지역 기준 5G 속도 측정 결과 항목이 있는데, 이는 실제 실내에 거주하는 국민의 5G 체감 속도와 상당 수준 다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5G 품질 평가 당시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속도를 쟀다. 정부는 실내외 5G 속도에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측정할 때의 5G 속도가 실외보다 느리다고 말한다.

아파트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아파트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아파트 단지 도보 측정만으로 내놓은 주거 지역 5G 속도 통계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주거 지역의 5G 속도가 실제 사용자 체감 속도와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2021년도 5G 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하반기 공개할 종합결과에 앞서 상반기 5G 현황과 통계를 공유하고자 진행됐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 상반기부터 매해 중간결과와 종합결과를 각각 발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중간결과 발표에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5G 기지국 수에 따른 커버리지 현황과 5G 속도를 각각 공개했다. 이용자의 5G 체감 속도 측정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올해 처음 주거 지역의 5G 다운로드 속도를 측정한 결과도 내놨다.

주거 지역의 경우 2000세대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측정을 진행했다. 단지에 5G 기지국이 설치된 곳과 아닌 곳을 각각 비교해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5G 기지국이 구축된 아파트의 다운로드 속도는 877.74메가비피에스(Mbps), 아닌 곳은 440.05Mbps의 결과가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아파트 단지에서 5G 다운로드 속도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정 내 방문이 불가했다고 밝혔다. 실외에서 걸어가며 속도를 측정한 만큼 실내와 속도 차가 없다는 설명도 더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실내가 실외보다 속도가 낮다고 볼 수 없다"며 "주요 다중이용시설에 무선국이 많이 구축돼 있으면 속도가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무선국은 전파 신호를 증폭해주는 중계기 등이 설치된 특정 장소를 말한다.

세종시에 있는 과기정통부 건물 전경 일부 / IT조선 DB
세종시에 있는 과기정통부 건물 전경 일부 / IT조선 DB
아파트 단지 실내외 5G 속도 차이 없다는 정부…업계 "차이 있다"

하지만 IT조선이 이동통신 업계와 통신장비 업계를 취재한 결과, 과기정통부의 설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파트 실내외 5G 속도가 다를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통 업계 한 관계자는 "실내와 실외 속도 차이가 있다"며 "아파트별로 다양한 5G 속도 차이 사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는 아파트 단지에 5G 기지국을 설치할 때 전파 방향을 설정한다. 전파가 어느 방향으로 확산하느냐에 따라 속도 차이가 발생한다. 15층 아파트의 5층 방향으로 전파를 쏘면, 층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말이다. 속도측정 결과를 발표한 과기정통부가 1층 위치인 보도에서 측정한 속도는 각 세대별 속도 측정 결과와 다를 수 있다.

5G 기지국은 외부에 설치된 만큼, 가정으로 전파가 전달되는 중 간섭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속도가 느려진다. 콘크리트나 유리 등은 전파 통과를 간섭한다.

반면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측정 결과는 일반 주택과 다를 수 있다. 5G 우선 구축 대상인 만큼 실외는 물론 실내에도 무선국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이 되려면 가정마다 5G 기지국이 설치되는 등 변화가 있어야 한다.

통신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 실내외에서의 5G 속도차는 없을 수 있지만, 아파트 단지는 사정이 다르다"며 "과기정통부 발표처럼 아파트 단지 실내와 실외에서 5G 속도차가 별반 없다고 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