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보이는 기업의 파격적 투자 결정이나 경영 방식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표준'이 됐다. 내실을 착실히 다지고 제품 경쟁력을 키워 이익을 올리는 기업의 성실한 방식은 옛 시대의 유산이다."

플랫폼 업계 주요 기업인이 전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플랫폼 경제에서 이익을 내는 공식이 과거와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략적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매출 규모를 늘리는 데 집중하면서, 투자금 확보를 위해 움직여 온 아마존이나 쿠팡 등 주요 빅테크·플랫폼 기업 행보는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 플랫폼 기업에 중요한 건 빠른 시장 선점이다. 가장 먼저 다수 사용자가 이용하는 공간이 되면 언젠가는 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 반면 한번 시장을 내주면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빅테크 기업인 구글마저 페이스북이 장악한 소셜미디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실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신규 시장에 진출하면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쓰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은 지나치게 높은 인수비용을 치르더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망설이지 않는다. 특히 카카오 행보가 눈에 띈다. 적극적 인수를 거듭하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숫자는 118개를 돌파했다. 지난 달에는 밀레니얼에 큰 인기를 끈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한 신생 기업을 18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에 인수했다.

또 플랫폼 경제가 가진 ‘양면시장(B2B2C)'의 특성은 전략적 적자를 ‘합리적' 행보로 만들기도 한다. 양면시장은 플랫폼이 두 개 이상의 시장에서 사업한다는 의미다. 이때 한쪽 시장의 고객이 충분히 커지면 반대쪽 시장 고객은 저절로 커진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은 두 개의 시장을 운영한다. 광고업체들이 돈을 내는 광고 시장(B2B)과 메신저 서비스 사용자 시장(B2C)이다. 양면시장에서는 돈을 내는 쪽과 혜택을 받는 쪽이 양분한다. 광고 시장에서 비용을 대기 때문에 메신저 이용자는 돈을 낼 필요가 없다. 다만 ‘광고 단가'는 메신저 이용자 시장의 규모가 결정한다.

양면시장을 운영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우선 사용자를 많이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아마존과 같은 주요 빅테크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에 소비자를 유혹하고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치는 배경이다.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뒤에는 소비자가 좀처럼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 적자를 감수해도,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계산한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뒤엔 교묘한 가격정책을 펼친다.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소비자가 쉽게 이를 눈치채기 어렵게 만든다. 리나 칸 미국 FTC위원장은 "아마존이 하루에 250만번 이상 가격을 바꾼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개별 소비자 성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AI 알고리즘이 분류해 가격을 조정하는 식이다. 리나 칸은 자신의 논문에서 "아마존은 고도로 개인화 된 쿠폰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별로 차별적인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문제는 각 소비자마다 가격이 달라 서로 가격을 비교할 수 없게끔 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최저가에 샀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결국 쿠폰과 알고리즘이 방패막이가 돼 플랫폼의 가격 논쟁이 발생하는 상황을 차단시켜 버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플랫폼 경제 규제는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며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 규칙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과거의 규제와는 다른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서도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만이 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지침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킬러인수 방안 ▲플랫폼 경제의 새로운 시장 획정 방법 ▲시장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 등이 그렇다. 새로운 시장이 계속 등장하는 가운데 규제의 문법을 진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지금은 새로운 세계를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순히 ‘규제 과잉’이다 혹은 ‘규제 과소다'라고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규제를 하는 입장과 규제를 당하는 입장이 서로의 주장만 앞세워서는 해결될 수 없다. 파격이 일상화된 플랫폼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바른 규제의 진화가 필요하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