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총 1위 등극에도 웃지 못하는 삼성SDI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9.03 06:00
삼성SDI의 8월 31일 기준 시가총액은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을 앞질렀다. 9월 2일 기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기업 대장주로 등극한 삼성SDI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삼성SDI의 배터리 분야 시총 1위 이유를 놓고 어부지리(漁夫之利·두 사람이 맞붙어 싸우는 바람에 엉뚱한 제3자가 덕을 봄)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가 스스로 고꾸라진 탓이라는 것이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확장성이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셀 / 삼성SDI
2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SDI는 시총 51조5734억원으로 7위를 기록했다. LG화학은 50조1912억원으로 8위다. SK이노베이션은 22조8852억원으로 시총 19위다.

삼성SDI와 LG화학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DS투자증권은 8월 12일 삼성SDI의 목표 주가를 9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높였다. 하반기 5세대 배터리와 중대형 전지 판매 실적이 개선되고,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원통형 전지 공급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매출 80%가 전자재료를 제외한 배터리 사업에서 나오고 있어 분할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반면 LG화학 주가는 최근 9거래일 중 8월 25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제너럴모터스(GM)가 8월 20일 ‘볼트EV’ 리콜 대상을 기존 6만9000대에서 14만2000대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8월 23일에는 89만80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11% 넘게 떨어졌다. 연내 목표로 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계획은 재검토된다.

SK이노베이션은 8월 3일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6월 30일 주당 29만5500원이었던 주가는 9월 2일 기준 24만7500원으로 16%쯤 급락했다.

하지만 시총이 아닌 사업 성장 측면에서 삼성SDI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계기로 배터리 부문 투자를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8월 24일 발표한 240조원 투자 계획에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확장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및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언급에 그쳤다.

사업 분할과 IPO 추진으로 단기에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LG, SK와 달리 삼성SDI는 미국시장 진출 시 투자금 조달 수단이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는 이를 위해 삼성SDI가 회사채 차환을 발행하거나, 보유 지분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삼성SDI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는 올해 처음 SK이노베이션에 뒤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7월 누적 점유율을 기존 5.2%에서 5.4%로 끌어올리며 삼성SDI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점유율이 5.2%에서 5.1%로 소폭 하락해 6위로 밀렸다. 지난해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전년 대비 점유율은 0.8%포인트 상승한 24.2%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북미시장에서 완성차와 합작사 설립으로 배터리 사업 확장을 본격화 하는 반면,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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