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의 표준을 두고 한미일 삼국이 경쟁한다. 전기차 무선 충전은 전기차 주행과 주정차시 바닥에 매설된 무선 충전기로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주행 중 상시충전이 가능할 경우 배터리를 가볍게 탑재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특정지역에 충전기와 연결없이 주정차하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할 수 있어 글로벌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한미일 삼국은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의 미래 주도권 선점을 위해 표준안 선점에 혈안이다. 미국은 다수 특허를 선점한데 이어 11㎾ 표준안까지 내놨지만 아직 표준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전기차 무선 충전을 위한 국제 통신 표준 선점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반응이다. 한국은 11㎾이상 고출력 관련 기술 표준 선점을 노리고, 일본은 현재 널리 사용되는 11㎾이하 무선 충전 기술 표준을 제안했다.

국내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기업인 와이파워원의 무선충전 전기차 / 와이파워원
국내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기업인 와이파워원의 무선충전 전기차 / 와이파워원
환경부는 2022년 전기차 무선충전 시범사업에 30억원을 투자한다. 택배·신선식품배송 등 물류부문 상차시간을 활용한 무선 충전인프라를, 우체국 택배 등 특정경로 운행차량 또는 대형물류사의 전기트럭에 맞춘 거점형 무선충전기를 구축한다.

전기차 무선 충전 관련해 현재 앞서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에서 11㎾ 전력의 전기차 무선 충전기술 표준을 도입한 바 있다. 미국 와이트리시티는 퀄컴 무선충전 기술인 ‘할로’를 인수해 전기차 무선충전 특허를 1500개 이상 보유했다.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사업에 임할 때 와이트리시티를 거치지 않고는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일본 토요타는 와이트리시티 지분을 소유하는 등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에 꾸준한 관심을 보인다. 정차중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에 대한 국제표준안을 3건이나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11㎾이하 저전력 충전에 관한 기술이라 기술발전에 한계점이 있고, 최근 전기차 충전기술 관심이 로봇팔로 이동해 과거대비 경쟁력이 덜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는 저전력인 11㎾대신 고전력을 활용해 급속충전도 가능한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국제표준안 제정에 힘쓴다. 카이스트 등 학계를 중심으로 2020년 7월 50㎾이상 고출력 무선충전 국제표준안 제안에 나섰다. 윤우열 카이스트 교수가 고출력 무선충전 국제표준안 제정 프로젝트팀 의장을 맡아 기대감을 높였다.

환경부에서 2022년 예산안을 통해 시사한 전기차 무선충전 시범사업에 대한 안내이미지 / 환경부
환경부에서 2022년 예산안을 통해 시사한 전기차 무선충전 시범사업에 대한 안내이미지 / 환경부
조동호 전자공학부 교수(카이스트)는 "전기차 무선충전 중 22㎾를 고전력로 보며, 한국이 제시한 전기차 무선충전 국제표준안은 22㎾이상 고전력 중심이다"며 "22㎾이상 고전력은 승용차 이외에 트럭 등 상용차에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에서 편성한 무선충전 시범사업의 경우 택배·물류쪽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범 사업이 실제 시행된다면 22㎾이상 고전력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국제표준안을 위한 시범 사례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을 지원하지만, 금액적인 지원 외에 실생활에 제대로 사용될 수 있는 기준 마련도 속도를 내야한다. 일본 토요타가 추진 중인 와이트리시티의 11㎾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은 차량을 정밀하게 주차하지 않을 경우 성능 발휘가 어렵다.

한국이 토요타의 경우처럼 실제 사용이 어려운 충전 기술 적용을 피하려면, 기술 기준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무선 충전은 지면에 코일을 깔거나 패드를 배치해야 가능하며, 기존 전기차 무선 충전의 경우 차량이 정해진 위치와 규격에 딱 맞게 정차해야 최대 효과를 제공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현재의 설치형 충전기보다 편의성이 떨어지는 만큼 기술적 차별화가 필요하며, 환경부가 시범사업 단계부터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