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3일 오후 2시 ‘2021 독서콘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책의 과제를 모색하고 기후위기 등 시대적 과제를 책으로 읽어내고자 마련됐다.

행사는 ‘코로나와 함께 하는 시대, 책의 역할’이란 이경미 영화감독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이 감독은 과거 인상깊게 시청했던 영상콘텐츠를 중심으로 원작 작품을, 영상화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작품을 소개했다.

이 감독은 『아웃』 『그로테스크』 등의 소설을 펴낸 기리노 나쓰오를 소개하며 "그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을 바닥까지 파헤치고 들어가는 간다. 자칫 불편할 수 있지만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 빠져들면 굉장한 희열을 맛보게 된다"며 "그의 작품을 영상화하고 싶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지라 판권이 다 팔려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인 필립 K. 딕의 SF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는 영화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이 담겼다"며 "인물에 대한 정서와 이야기를 관통하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태근, 강윤정, 임소라/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진 왼쪽부터 박태근, 강윤정, 임소라/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어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된 콘퍼런스에서는 편집자와 작가, 평론가 등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디지털 시대, 독자에게 더 가까이’ 주제에서는 박태근(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강윤정(문학동네 편집자), 임소라(작가)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콘텐츠 플랫폼 소비, 지속가능한 독서 플랫폼, 작가/출판사의 독자 소통 방법의 변화, 미래의 책 형태 등을 이야기했다.

강윤정 편집자는 "디지털 도서가 발달하면서 출판 시장에 큰 변화가 일었다.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변화가 크게 체감된다. 인스타그램에 어울릴 법한 표지, 온라인용 책표지 썸네일 용 책표지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임소라 작가는 "SNS을 통해 너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저자와 독자와의 거리도 크게 줄었다"며 "책에서도 종이책의 부록으로서의 전자책이 아닌 전자책다운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리디, 밀리의 서재 등의 플랫폼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전자책은 리더기가 있음에도 핸드폰으로 가장 많이 보게 되는데, 그건 내가 읽고 있음을 알리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읽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오은, 백화현, 최현숙/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진 왼쪽부터 오은, 백화현, 최현숙/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두 번째 순서로 진행된 고령화시대, 어르신 독서생활 주제에는 오은(시인), 백화현(그림책 기획자), 최현숙(구술생애사 작가)가 출연해 사회에서 고령화를 바라보는 관점, 문화 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어르신들의 주변 환경과 이에 대한 개선 방안, 어르신들을 위한 독서활동 지원 방법 등을 논의했다.

백화현 기획자는 "책과 가깝지 않은 노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동화가 필요하다. 형태만 동화가 아니라 내용도 노인이 접하기에 적합한 노인용 동화가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서 직접 만든 동화가 『백화만발』이다"라며 "노년 세대는 개인의 이익 보다는 사회 정의를 얘기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개인의 이익에 기반한 공정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동상이몽이 발생하는데, 이왕이면 어른들께 책을 읽어드리면서 소통의 시간을 갖기를 추천드린다"고 전했다.

최현숙 구술사는 "노인은 65세부터 100세까지 범위가 무려 35년이다. 연령 그리고 성별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낮 시간에 공공도서관에 가보면 대다수가 남성 노인이다. 젊어서 배우지 못한 여성 노인을 위한 별도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유명한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 노숙인 등의 삶을 기술하면 그렇게 재밌게 읽으신다. 단순히 글자만 키울 것이 아니라 내용을 특화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혜진, 천선란, 김기창/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진 왼쪽부터 박혜진, 천선란, 김기창/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마지막 주제 ‘기후위기 시대, 작가의 일’에서는 박혜진(문학평론가), 천선란(소설가), 김기창(소설가)가 함께 환경을 문학적 테마로 삼게 된 계기와 이를 작품 속에 구현하기 위해 고민한 방법들, 사회적 계층에 따라 다르게 찾아오는 기후위기 등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두 소설가는 입을 모아 "문학이 개별성을 바탕으로 보편성을 다루려하다보니 기후위기를 외면한 경향이 없지 않다"며 "최근에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감이 관련 주제를 많이 다루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콘퍼런스는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대적 과제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있는 시간이 됐다"며 많은 시민들에게 독서의 재미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지속해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