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추석 전에 연간 최대 노사 리스크인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하반기 산적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문제와 자동차용 강판 공급가 인상 가능성 등 숙제에 골머리를 앓는다.

자동차 업계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에 따라 반도체 예상 수요를 적게 잡았다. 하지만 2021년 들어 수요가 급등하는 등 상황으로 부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연내 반도체 수급 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 차체를 구성하는 강판 역시 새로운 골칫 거리다. 철강 업계는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강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철강 기업은 순차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핵심 자재의 납품가격이 오를 경우 자동차 제조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지엠 부평1공장 트레일블레이저 생산라인 전경 / IT조선DB
한국지엠 부평1공장 트레일블레이저 생산라인 전경 / IT조선DB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를 끝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한국지엠 그리고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사상 첫 업계 통합 추석전 무분규 노사 임금단체협상 합의에 성공했다. 3일 합의안에 타결한 르노삼성차만 조인식을 완료하면 2021년 국내 완성차 업계 임단협은 공식적으로 끝을 맺는다.

2021년 완성차 노사 임단협의 조기 타결은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과 최근 글로벌 완성차 환경의 급변에 대응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사 단결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동화·미래차 전선에 뛰어들었고, 르노삼성·한국지엠은 각각 XM3·트레일블레이저 등 주요수출모델 공급라인 안정화가 중요한 상황이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계가 고질병인 노사 리스크 해결에 성공했지만, 하반기에도 문제가 산적했다. 완성차·철강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는 자동차용 강판 공급가를 두고 입장확인에 나섰다. 자동차용 강판은 쏘나타 등 중형차 기준으로 1톤(1000㎏) 내외가 사용되는데, 강판 공급가 상승분은 대부분 차량에 그대로 반영된다.

자동차용 강판은 2021년 상반기 한 차례 인상된 바 있다. 5월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기업은 2017년 이후 4년만에 5만원 공급가 인상분을 자동차용 강판에 적용했다. 강판 원료인 철광석 시세는 4년간 2배쯤 올랐는데, 그동안 철강 업계와 완성차 업계 간 협의로 자동차용 강판에는 인상분이 적용되지 않았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완성차 산업이 코로나19 기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다, 상반기 공급가 인상분이 상승 요인을 전부 반영하지는 못했다. 일본제철의 토요타 강판 공급가 인상 등 글로벌 자동차 강판 가격이 오름세인 것도 요인이다. 하반기 자동차 강판 공급가 인상 여부에 따라 완성차 기업은 수익성 악화에 빠진다. 현재 차량 중 상당수를 신규 출시해 판매가를 확정한만큼 가격 인상이 어렵다.

현대제철 한 관계자는 "그동안 원자재 등 가격 상승요인 대비 국내 강판의 전체적인 시장 가격이 낮게 형성됐고 글로벌 강판 시장과 유관 산업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완성차 기업과 협의해야 하는만큼 현재 서로간 입장을 확인하는 중이다보니 인상 가격폭을 밝히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AG 회장 / IT조선DB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AG 회장 / IT조선DB
해결이 지지부진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도 완성차 업계 머리를 아프게 한다.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3분기부터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3분기말 9월 현재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7월 르노삼성은 XM3 감산에 나섰으며, 한국지엠도 9월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 50%감산에 돌입했다. 모두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를 두고 반도체 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점도 해결 전망을 늦추는 요인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AG 회장은 6일 개최된 IAA 모빌리티 2021에서 "반도체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언급해 연내 해결 장담이 어렵다"며 "이런 영향으로 2022년에 수급 문제가 지속돼 2023년 완화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영업일선 한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차량 생산이 원활치 못해 상담고객에게 인기 차종은 최소 3~4개월 이상 납기 지연을 고지하고 있다"며 "일부 차종은 하반기에 추가로 예상 대기기간이 늘어나기도 해 이후 상황개선이 될 것이라고 확답을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답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