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생태계에 갇혀…벗어나기 쉽지 않아
구글 앱 심사·해외시장 진출 등 계산 복잡…게임사 ‘눈치보기’ 여전

8월 30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구글 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초로 앱마켓을 규제하는 법안을 낸 것이다. 이에 앱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될 전망이다. 다만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게임 업계는 정작 달라질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구글 의존도가 높은 만큼 별다른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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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 갑질방지법이 시행되더라도 국내 게임사가 단기간 내에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게임 업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국내 게임분야에서 모바일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미 게임 업계에는 구글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사가 구글플레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크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따르면 2019년부터 국내 게임 이용자 중 90%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조사됐다. 게임사 상반기 실적 발표 자료에도 모바일게임의 매출 비중이 높다. 예를 들어 3대 게임사로 불리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올해 2분기 모바일게임 매출이 PC게임의 약 3배에 달했다.

여기에 구글을 통해 이뤄지는 게임 순위가 성공의 척도가 된 것도 이들의 탈구글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국내 게임사는 대부분 구글 게임 부문의 매출 순위를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자사 게임을 홍보해 왔다.

일각에서는 "게임사가 국내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체할 결제 수단을 찾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동안 앱마켓에 게임을 출시할 때 게임사가 내는 수수료가 적지 않고, 등급 심사 시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구글 앱 마켓은 필수적이며, 인앱결제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게임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스토어 등 국내 마켓에 출시를 하더라도 구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이럴 경우 이중으로 비용을 내야하는 부작용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자체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개발비용과 관리·보수·개선 비용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보다 구글플레이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더 신경쓰는 경향이 크다"며 "구글플레이 서비스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제도 시행 이후 실효성이 있는지 법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게임사가 구글 앱 마켓에 게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때 구글 인앱결제를 거부한 게임사를 구글 측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

이지훈 한국게임학회 법제도분과위원장(서원대 교수)은 "업계 내 구글 영향력이 큰 상황인 만큼 법안 통과가 다는 아니므로 낙관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 법을 통해 구글에게 가해지는 제재 수준을 봐야 모바일게임사에 이득인 법일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