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020년부터 추진 중인 팩트체크 사업이 국회에서 질타를 받았다. 팩트체크 사업의 타당성,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해당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와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운영 역시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김영식 의원(왼쪽)이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김영식 의원(왼쪽)이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야당 "방통위 팩트체크 사업 한 건당 3526만원 들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9일 정기국회 개회 중 제1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회의에서 방통위가 산하 법인인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통해 진행하는 팩트체크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통위가 2020년 11월 선보인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팩트체크넷)이 예산 대비 실효성이 낮다는 게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공공 팩트체크 플랫폼과 민간 팩트체크 플랫폼을 비교해봤다. 팩트체크 예산을 비교해보니 공공 팩트체크 사업에는 (작년과 올해) 33.5억원이 들었지만 서울대에 있는 민간 팩트체크 플랫폼은 6억이 들었다"며 "해당 기간에 공공 팩트체크 플랫폼은 95건을 처리했지만 서울대는 1272건을 했다"고 실적 차이를 비교했다.

이어 "한 건당 투자된 비용을 보면 공공에선 3526만원이 들었다. 서울대는 한 건당 47만원이 들어갔다"며 "숫자로 보면 너무하지 않냐. 팩트체크 플랫폼 사업을 중단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팩트체크 오픈 플랫폼에서 처리된 팩트체크 내용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팩트체크 수준이 낮으며 정치 편향적인 주제가 논의된다는 게 비판 이유다.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팩트체크 예산이 2020년 6억1000만원이었다. 서울대 팩트체크 예산과 같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한데 정부가 21억원을 추가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의미 없는 것을 했다"며 팩트체크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공공 팩트체크 사업에 2021년 27억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박 의원은 그간 진행된 팩트체크 사례도 짚었다. ‘민주당 이낙연 당대표의 마지막 당무회의에서 이재명 지사 측과 이낙연 대표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사실이 아님)’, ‘오세훈, 안철수와 세빛섬 찾아 "박원순 탓에 적자 누적"(대체로 사실이 아님)’ 등이다.

방통위는 정치 편향성을 이유로 정부 주도의 팩트체크 사업에 문제가 크다는 야당 지적에 정부 주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공공이 팩트체크를 하는 게 아니라 팩트체크 플랫폼을 구성하는 거다. 플랫폼을 만들어서 해당 플랫폼에서 다양한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해 자율적으로 팩트체크를 운영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며 "정부 주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여당은 야당 지적이 이어지자 팩트체크 플랫폼의 실효성을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팩트체크 사업 운영과 관련해서는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야당이 제기한 (실효성) 문제는 방통위와 꼼꼼하게 살펴보자"고 말했다.

9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9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여당 "공영방송 이사 대표성·자격 요건 강화 필요"

이날 회의에선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 방통위가 개선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여당 주문도 나왔다.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방송공사(KBS)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구성에 있어서 대표성을 반영해야 함을 짚으며 최근 선임된 이사진의 경우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KBS 이사 11명 중에 자사 출신이 다섯 명이다. 방문진은 9명 중에 네 명이 자사(MBC) 출신이다"며 "절반 가까이가 자사 출신 기자나 PD로 구성되는 것이 각각의 분야 대표성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이어 "성별로도 보면 KBS 11명 중 여성이 한 명, 방문진은 여성이 두 명이며, 연령별로도 치우쳐 있어 60대가 대부분이다"며 "EBS까지 (이사 선임이) 끝나면 3개 공영방송사 이사 선임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분석해서 개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있어서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또 방통위가 운영하는 방송발전기금(방발기금) 지원 대상에 국악방송과 아이랑티브이(TV)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예산이 투입되지만 해당 방송사의 경우 문화제육관광부(문체부) 감독 권한에 속해 있기에 행정 불일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같은 의견을 개진하며 방통위 개선 의지를 물었다.

한 위원장은 이같은 요구에 "(관련 예산을 줄이고자)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관행적으로 예산이 투입된 부분이기에 지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면서 줄여나가고 있으며, 그쪽이 줄어야 다른 사업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