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안경을 쓴 상태로 사진·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 ‘레이벤스토리'를 공개했다. 두 대 카메라를 탑재한 레이벤스토리는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AR(증강현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디딤돌을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벤 스토리를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레이벤 스토리를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페이스북은 9일(현지시각) 선글라스 업체 레이벤과 협업해 스마트 안경 ‘레이벤스토리'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레이벤스토리는 스피커 2대, 마이크 3개, 카메라 2대 등을 갖췄다. 오른쪽 안경 다리에 있는 작은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짧은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음성 제어를 활성화시키고 "헤이 페이스북, 촬영 시작해", "사진 찍어줘"라고 말하면 손으로 조작하지 않고도 촬영할 수도 있다. 촬영한 사진은 페이스북뷰 앱을 통해 SNS에 업로드할 수 있다. 또 안경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레이벤스토리는 일반 선글라스와 거의 유사한 형태다. 페이스북 로고나 레이벤 로고조차 찾을 수 없다. 안경테 모서리에 위치한 카메라 렌즈를 알아채지 않는 한 일반 선글라스와 차이점을 포착하기 어렵다.

테크크런치는 레이벤스토리가 테크 업계에서 그려온 스마트글래스의 진일보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테크크런치는 "사진 품질은 약 10년전 스마트폰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이라서 개선의 여지가 상당히 많다"면서도 "이는 상용성을 위해 사진과 비디오 촬영 품질이나 통화 성능을 일정부분 포기하면서 올바르게 타협한 결과다"라고 평가했다. 레이밴스토리 이전에도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글래스들이 있었지만 거추장스러운 형태로 인해서 상용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로이터 또한 상용성이 두드러졌다고 봤다. 로이터는 "앞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도 스마트 안경을 출시했지만 높은 가격과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인기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일반 선글라스와 형태 구별이 어렵다는 점은 개인정보 침해의 여지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스마트글래스를 ‘스파이 장비'라고 평가했다. 스마트글래스로 영상 촬영 중인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해 "촬영은 30초 제한이 걸려 있어서 사람들이 알기 어렵게 길게 녹화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는 페이스북의 AR(증강현실) 구축을 통한 메타버스 사업 구현을 위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마크 저커버그의 궁극적 목표가 완전한 AR을 적용한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핵심 기기를 상용화하는 데 있다고 봤다. 페이스북은 다음 세대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방향 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스마트 안경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