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1년 넘게 고공행진하던 LCD 패널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드는 가운데 OLED 패널 시장이 본격 확대되고 있어서다. LCD에서 OLED로 세대교체에 불씨가 당겨졌다는 평가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금액 기준으로 2020년 중소형 OLED 시장 규모를 260억달러(30조3300억원) 수준으로 본다. 2024년에는 390억달러(45조5000억원)까지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LG디스플레이는 8월 17일 파주 중소형 OLED 시설에 향후 3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신규 라인과 기존 라인 확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파주 사업장에서 6만장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애플이 신형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주력 제품의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에 OLED 모듈 주문량을 늘리면서 설비 증설을 요청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분기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점유율 80.2%로 1위에 올랐고, LG디스플레이는 8.8%로 큰 격차를 보인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 아이폰에 공급하는 OLED 패널량을 늘려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LG디스플레이는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에도 14억달러(1조6200억원)를 추가 투자해 OLED 모듈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이퐁 투자 역시 TV가 아닌 태블릿과 PC 모니터,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중형 OLED 모듈용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5월 OLED를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를 선보였다. 델과 샤오미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탑재한 ‘XPS 13 OLED’와 ‘미 노트북 프로 X15’ 신제품을 각각 출시했다. 애플 역시 2023년 출시할 아이패드와 맥북에 OLED 패널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OLED 노트북 패널 출하량이 당초 400만~500만대에서 600만~7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폴드3과 Z플립3 등 폴더블폰 패널 생산에 대응하기 위한 베트남 박닌공장의 폴더블폰 모듈 라인 증설도 계획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내 박닌공장에 증설 관련 장비를 투입하고 이르면 연말, 늦어도 2022년 초부터는 증설을 마무리해 곧장 공장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신규 라인이 가동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월 최대 폴더블 모듈 생산능력은 200만대쯤으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이 올해를 기점으로 대중화에 성공한다면 이에 발맞춰 폴더블폰 생산 핵심 기지인 베트남 공장 설비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 설비를 철거중인 아산 ‘L7-2’ 라인에도 중소형 OLED 제조장비를 신규 투입할 방침이다. 기존 설비 철거가 마무리된 만큼 연내 신규 장비투자 추진이 유력하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