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기업이 현행 기체수소충전 대비 안정성과 용량면에서 우수한 액화수소충전소 도입에 속도를 낸다. 현행 기체수소충전소는 잦은 설비고장과 제한적인 수소탱크용량 등 단점이 있다. 액화수소의 경우 기체수소 대비 안정성이 높고 충전도 쉽고, 기체보다 더 높은 밀도로 보관할 수 있는 덕에 부피가 작다.

완성차·가스 업계는 액화수소가 안정성과 용량에서 우수한만큼 개발단계에서 벗어나 상용화가 시작되면 비용면에서도 장점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수리 빈도가 감소하고 일일 충전가능 대수가 증가한다. 운송비도 절감된다. 수소충전소 운영의 경제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SK E&S 액화수소플랜트가 들어서는 SK인천석유화학단지 전경 / 조선비즈DB
SK E&S 액화수소플랜트가 들어서는 SK인천석유화학단지 전경 / 조선비즈DB
13일 완성차·가스 업계에 따르면, SK E&S는 SK인천석유화학단지에서 공급받은 부생수소(화학공정 중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를 액화수소로 정제해 2023년부터 연간 3만톤을 수도권에 공급할 계획이다. SK E&S는 이를 위해 5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수소 액화플랜트를 완공한다.

액화수소에 대한 투자는 SK E&S만의 행보는 아니다. 효성중공업도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전문기업인 린데스룹과 액화수소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세웠다. 2023년까지 연간 1만3000톤 생산이 가능한 액화수소플랜트를 완공할 방침이다. 글로벌 산업용 가스 깅버인 에어프로덕츠도 암모니아 수소저장 방식에 더해 장기적으로 액화수소를 투트랙으로 확대한다.

액화수소는 상온의 수소를 영하 253℃이하로 냉각시켜 만드는데, 기체수소 대비 부피가 800분의 1수준으로 저장밀도가 높다. 조밀한 저장이 가능한만큼, 튜브 트레일러 1개당 평균 250㎏쯤 채우는 기체수소보다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다. 액화수소의 탱크로리 1개당 추정 저장량은 평균 3000㎏쯤으로 기체수소의 최대 12배다.

SK E&S 한 관계자는 "현재 기체 상태의 수소는 운송·저장할 수 있는 양이 적다보니 유통비도 높고 수소충전소에서도 연료탱크를 자주 교체해야하는 문제가 있다"며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의 액화수소를 사용하면 충전소에 한번에 공급할 수 있는 양도 늘고 주요 소모지인 수도권과 생산지 간 거리도 가까워 수소유통에 혁신적인 절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에서 건설을 맡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수소충전소 / 이민우 기자
효성중공업에서 건설을 맡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수소충전소 / 이민우 기자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대비 설비 안정성도 높다. 기체수소의 충전압력은 200~950바(bar)다. 특히 수소충전소 수소탱크는 대부분 400bar이상 압력으로 수소를 저장한다. 고압일수록 동일한 용기에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서다. 반면 액화수소는 대기압 수준인 1bar에서 최대 3bar의 저압 저장이 가능하다. 비효율적인 고중량 고압 저장탱크 사용과 고압수소 운송·저장시 돌발적인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전국 120곳에 차량용 액화수소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여의도 국회수소충전소 건설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소충전소 건설 경험을 가진 기업 중 한 곳이다. 효성중공업의 액화수소충전소 인프라 확대 계획은 높은 안정성을 가진 액화수소가 기체수소보다 차량용 수소충전에서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액화수소는 수소차 1대 충전 시간이 3분으로 기체수소보다 4배 빠르다. 빠른 충전으로 일일 충전가능대수가 증가하면 수소충전소 수익성 향상이 가능하다. 액화수소는 충전시 소요동력도 적다. 하이리움산업 초저온펌프 방식 액화수소충전은 동일충전조건에서 기존의 고압압축기 방식 고압수소충전과 비교했을 때, 소요동력이 13㎾쯤으로 나타났다. 기존 고압수소충전은 소요동력이 150㎾쯤으로 액화수소충전보다 10배이상 많았다.

효성중공업 영업일선 한 관계자는 "액화수소도 기체수소와 마찬가지로 저장·충전시 압력설비가 필요하다"면서도 "대신 액화수소는 압력이 비교적 낮다보니 기체수소보다 고장 등 문제가 적고 설비구조·면적도 기체수소충전소보다 간소화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