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안 진단] 노웅래 의원 “과세 유예, 선택사항 아니다”

조아라 기자
입력 2021.09.14 06:00
가상자산 붐이 국내 시장을 휩쓴 지 4년 가까이 지났다. 규제 공포로 300만원 초반대로 무너진 비트코인은 전고점을 뚫고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혁신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각국의 대처도 제각각이다. 변화를 좇거나 대응하거나 주시하거나 파악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막거나 강한 규제를 내리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는 놔버린 경우다. 이 가운데 국회는 관련 법안을 계속 내놓고 있어 고무적으로 보인다. 입법부가 변화를 감지하고 ‘주시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이에 IT조선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을 만나 법안 발의배경을 비롯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고민과 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가상자산 과세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과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우려하지만 정부는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IT조선은 지난달 8월 6일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내놓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노동위원회)을 만났다. 그는 가상자산 과세의 유예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를 추진하면 되레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노웅래 의원실
노웅래 의원은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며 "과세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과세를 한다는 것은 탈세를 조장하고 과세 형평성을 해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프라가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과세 시점을 2023년으로 유예해 주식 양도세 부과 시점과 일치시켜야 한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게 골자다. 납세의무자는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가상자산 거래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반면 노웅래 의원은 시기상조라며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투자자는 2023년 소득부터 세금을 내야한다. 납부 시기는 2024년 5월이다. 소득을 현행 ‘기타소득’에서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합산 50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내용도 담았다. 노웅래 의원은 특히 ▲해외 거래소 간 거래내역 ▲콜드월렛(USB)을 통한 개인간 거래 ▲현물 교환 거래 등에 대한 과세 시스템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의 과세 추진안에 따르면 과세 대상은 국내 사업자에 한정된다. 해외 거래소에서 매매하는 경우 가상자산을 원화로 바꾸지 않으면 과세가 어렵다. 개인 간 거래나 현물 구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콜드월렛에 가상자산을 보관하면 추적이 어려워 자진신고하지 않는 한 과세는 불가능하다.

노웅래 의원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 납세자가 신고하지 않는 한 과세당국이 자료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국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획득한 가상자산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이상 과세 공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종합하면 당장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기에 과세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과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국제기관 간 공조를 강화하는 등 보다 촘촘한 과세 인프라를 구축한 후 과세를 진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20대 국회에서 과학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내면서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현재 민주연구원장으로 당내 주요 정책을 연구하고 추진 과제를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분산 저장 기술이 앞으로 개인정보를 비롯한 모든 정보보안의 핵심이 될 것임을 알게 돼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지금은 가상자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강한 상황이지만 향후 시장이 안정화되고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게 되면 일종의 ‘신 기술 마켓’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도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국내 점유율 80%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업비트가 불법행위에 가담한다면 블록체인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노웅래 의원은 "업비트는 하나의 플랫폼 기업에 해당한다.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큰 상황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자의적 기준으로 코인을 상장 또는 폐지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공개하지 않는 식의 문제는 독점 체제에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독점 시장 형성에 따른 문제에 대해 철저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노웅래 의원과의 일문일답.

― 여당 내에서 보기 드물게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시장에 매우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을 해왔다. 계기 혹은 동기가 있는지

"20대 국회 과학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알게 됐다. 분산 저장 기술이 앞으로 개인정보를 비롯한 모든 정보 보안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믿고 관심을 높이고 있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부수적 요소임에도 지금 현실은 사실 ‘웩 더 독(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모습이 되기는 했다.

지금은 가상자산에 투기적 수요가 강한 상황이지만 향후 시장이 안정화되고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일종의 ‘신 기술 마켓’ 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 입법을 통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겠다."

― 민주연구원장으로서 최근 주력하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정책 분야는

"가장 화제가 되는 건 아무래도 특금법 개정안에 따른 거래소 신고 수리와 과세 시점을 늦추는 문제로 본다. 신고 수리는 당장 다음 달까지 받기로 돼있는 상황인데, 이제 와 연장하거나 내용을 변경하는 건 업체간 형평의 문제도 제기될 뿐더러 오히려 시장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특금법에 따른 신고수리는 원칙대로 진행하되, 업체들의 신고수리 현황을 참조하면서 대응을 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 밖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주력하고 있다.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해외 거래소 간 거래내역 ▲콜드 월렛(USB)을 통한 개인간 거래 ▲ 현물 교환 거래 등에 대한 과세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내년에 과세를 한다는 것은 탈세를 조장하고 과세 형평을 해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충분히 과세 인프라가 준비될 때까지 과세시점을 2023년으로 유예해 주식 양도세 부과 시점과 일치시키자는 의미에서 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 현 가상자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가상자산 정책과 관련해 현재 가장 큰 화두는 ‘과세’라고 생각한다. 당초 올해 10월로 예정됐던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해 국회가 3개월 연기해 2022년 1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미룬 상태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 납세자가 신고하지 않는 한 과세당국이 자료를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정부에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획득한 가상자산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이상, 과세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종합하면 당장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기에 과세 체계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제기관 간 공조를 강화하는 등 보다 촘촘한 과세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 과세를 진행해야 한다."

―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 국내에 가상자산 붐이 인지 3년 반이 지났다. 정부 인식과 제도는 오히려 퇴보한 분위기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정부가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2018년 1월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가상자산 거래가 사실상 투기·도박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고 발언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올해 4월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사람을 투자자로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고 공개석상에서 밝혔다.

해외 금융 업체와 기업, 기관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대체자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상자산 시장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거래소를 규제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정부와 공무원들이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래 신산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했다.

"코로나19 대응 금융지원, 디지털 금융 혁신 등의 중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서 전문성에 기반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급속도로 성장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에 대한 관리, 감독과 제도개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무 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시장의 안정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안정화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야 말로 정부가 투자자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혼탁한 가상자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미래 금융산업으로 키워낼 수 있도록 금융위가 노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 최근 업비트 환치기 의혹을 제기한 이유는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가상자산을 이용한 외국 환거래법 위반 단속 건수는 총 18건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6600여억원에 달한다. 이 중 환치기의 경우 가상자산을 이용한 경우가 올 상반기 적발된 전체 건수 11건 중 9건, 금액으로는 1조1490억원 중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환치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업비트는 최근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환치기를 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더북(거래장부) 공유를 했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신고 절차 없이도 현지 통화로 출금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 외환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개인뿐 아니라 대형 가산자산 거래소마저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에서 언급했다."

― 업비트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현 특금법이 이러한 독점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한 의견과 대책이 궁금하다.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할 경우 독점 거래소 체제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업비트 역시 하나의 플랫폼 기업에 해당한다.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큰 상황이다.

최근 플랫폼 독점기업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계약관계 요구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의적 기준으로 코인을 상장 또는 폐지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공개하지 않았던 식의 폐해가 독점 체제에서 더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업비트는 기습적으로 30여개 코인을 상장폐지 시켰음에도 제대로 된 사유조차 밝히지 않은 전적이 있다. 가상자산 시장 내 독점 시장이 형성되면서 수수료 규제방법도 부재한 실정이다. 독과점 시장 형성에 따른 문제에 대해 철저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 최근 대선 정책 준비단장을 맏게 됐다. 구상하고 있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관련 대선 핵심 공약을 소개할 수 있는지

"민주연구원에서도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소개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다만 큰 틀에서도 보면 가상자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성숙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하나의 산업 분야로 인식하고 있으며,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분야가 향후 하나의 금융산업으로 성장 및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즉, 함께 고민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가상자산시장과 블록체인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인식하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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