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알아서 차량이 주행을 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차 출시를 연이어 예고한다. 레벨 3는 돌발상황을 대비해 운전자가 필요한 자율주행 단계다.

레벨3 상용화 후 운전자의 차량 탑승은 요구되지만, 정해진 구역에서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8월 레벨4에 해당되는 무인 택시 ‘아이오닉 5 로보 택시’를 공개하고 2023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량 상용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자율주행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안전한 자율주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량과 자율협력주행 도로 인프라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외부 침입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외부 침입 발생 시 이동 경로, 차량 성능 등의 정보가 탈취되거나 차량 구동부 원격 조작이 이뤄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량에 부합하는 자동차 사이버 보안 국제 표준 ISO/SAE 21434 등에 의거해 위협을 식별하고 대응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작년 12월 ‘자율주행차 윤리 가이드라인 및 사이버보안 가이드라인, 레벨4 제작·안전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2022년 상반기를 목표로 사이버 보안 관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자동차 보안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사이버 보안 규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사이버 보로 취득해야 한다. TF는 작년 말 CSMS 구축을 마치고 인증 기관에 평가를 의뢰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특화 기술을 보유한 IT·보안 기업들 역시 자율주행 데이터 보안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자율주행차량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위협을 탐지하는 자율주행 보안 시스템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 8월 자율주행 보안관제를 데이터의 품질과 수집 효율성을 높이는 특허를 취득한 것에 이어, 최근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기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손을 잡았다.

이글루시큐리티 측은 이기종 보안 이벤트 통합 분석 기술과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플랫폼 선행 개발 역량을 토대로 여러 종류의 자율주행차량 위협을 탐지할 수 있는 보안관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자율주행차량에 적용할 예정이다. 통신 채널의 성능을 저하 또는 마비시키거나 송수신되는 메시지를 가로채 위변조 또는 유출하는 등의 위협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평가 요소로 자율주행 데이터 보안이 부각되면서, 자율주행 보안 시장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케네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량 보안 시장 매출은 2017년 68억 7000만달러(7조 8000억원)에서 연평균 14.7%씩 성장해 2023년에는 156억 8000만달러(18조147억원) 규모를 증가한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