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특허토커] ‘어째서’의 힘, 발뮤다

유경동 IP컬럼니스트
입력 2021.09.15 06:00
유경동 IP컨설턴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전세계적으로 가전제품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인다. 그중에서도 독특하고 참신한 기능과 디자인으로, 글로벌 가전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의 ‘발뮤다’다.

◇ 요즘 대세 발뮤다

지난 2003년 도쿄에서 노트북 쿨링 거치대 제조업체로 출발한 발뮤다는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토스터를 비롯해, 자연풍에 가장 가까운 선풍기, 태양광과 흡사한 조명기기 등 내놓는 제품마다 특색있는 캐릭터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빠르게 평정하고 있다.

발뮤다의 파죽지세는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이 회사 매출은 126억엔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올해도 1분기에만 벌써 37억엔의 매출을 기록, 이 추세대로라면 올 한 해 20%대 성장은 무난해 뵌다. 특히, 이 회사 영업이익이 눈에 띄는데, 올들어서만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7%라는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발뮤다 연도별 매출액 추이 / 도쿄증시
발뮤다 연도별 경상이익 추이 / 도쿄증시
발뮤다는 자국 일본에 총 54건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대만과 미국, 중국, 한국 등 해외시장에도 모두 90여건의 글로벌 IP포트폴리오를 구축해놓고 있다. 발뮤다의 국가별 특허 보유현황을 분석해 보면, 이들이 현재, 그리고 앞으로 어느 시장에 주력 진출할 것인지를 어림할 수 있다.

국가별 보유특허 현황 / 키워트
◇ 스토리텔링, 그 뒤엔 특허가 있다

"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바람", "내 아이의 눈을 지키는 인공 태양광", "죽은 빵도 살려내는 신기술"

모두 발뮤다 제품을 일컫는 마케팅 문구들이다. 바로 이같은 스토리텔링 뒤에는 철저히 기획되고 준비된 기술마케팅, 즉 ‘특허’가 있다.

‘축류팬’이라는 일본 특허를 하나 살펴보자. 최우선출원일이 2009년 6월이니, 거의 이 회사 초기 특허에 해당한다. 실제로 이 특허는 이후 한국과 미국, 중국 등지의 패밀리특허와 자국내 분할특허 등을 포함, 무려 29건의 후행특허를 파생시킨, 발뮤다의 대표 종자특허로 꼽힌다.

다섯장의 날개로 구성된 기존 블레이드 외, 길고 촘촘한 또다른 회전날개를 방사상으로 배치시켜 내측 날개에서 형성된 바람의 속도(V1)와 외측 날개 풍속(V2)의 최적 조합(1.5V1<V2)을 찾아낸 거다.

’축류팬’ 특허 대표도면 / 日 특허청(JPO)
이렇게 탄생한 이중날개 구조의 프리미엄 선풍기 ‘발뮤다 그린팬’은 두 팬의 조화로 공기를 숲속 자연풍처럼 넓게 퍼지면서도 부드럽게 흐르게 한다. 그린팬은 일반 선풍기에 비해 폭은 약 4배 넓게, 거리는 무려 15m 앞까지 바람을 흘려 보낸다. 선풍기 한 대 값이 웬만한 에어컨 값과 맞먹는 50만원대지만,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엔 ‘조명장치’라는 또다른 일본특허다. 2015년 최우선출원 이후, 역시 총 22건의 후행특허를 낳은, 발뮤다 IP포트폴리오의 주력 특허중 하나다. 스탠트 암을 움직이는 모터와 사용자의 눈 위치를 검출하는 페이스카메라 등이 내장된 이 스탠드는 이들 장치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 값을 근거로, 최상의 조사 각도와 거리 등을 산출해낸다.


발뮤다 데스크 스탠드 ‘더 라이트’와 해당 특허 대표도면 / JPO, 발뮤다
이 특허를 근거로 탄생한 발뮤다 데스크 스탠드 ‘더 라이트’에는 특히 대한민국 토종기업의 첨단기술이 숨어있다. 서울반도체의 ‘발광 다이오드를 이용한 인공태양광 시스템’이란 특허다. 햇빛 아래에서 사물을 볼 때와 달리, 실내 일반 LED 조명 아래에서는 블루라이트, 즉 청색광이 강한 난반사 현상을 일으켜, 피사체의 색상 변형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특허기술은 사물을 보는 색의 느낌을 나타내는 CRI, 즉 연색성 지수를 태양광(CRI 100)과 거의 흡사한 CRI 97까지 재현해, 조명 아래에서도 본연의 색상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일반 LED 조명의 CRI가 80 정도인 걸 감안하면, 한국 인공태양광 특허기술을 채용한 더 라이트를 ‘자연채광과 가장 가깝다’고 묘사한 발뮤다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그리 과해 보이진 않다.

‘가열조리장치’라는 일본 특허 역시 발뮤다의 창발적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기술이다. 조리 대상물의 수분을 최적의 상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열조리장치내 상·하부 증기보일러와 물받침 접시 등을 배치해놓고 있다. 기존의 어떤 토스터기에서도 찾아 볼 수 없던 이같은 기계장치는 겉바속촉, 즉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의 재탄생을 가능케 한다.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발뮤다 측 표현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발뮤다 토스터기 및 ‘가열조리장치’ 특허 대표도면 / JPO, 발뮤다
발뮤다의 절대 특허수는 경쟁업체 대비 많지 않다. 오히려 적은 편이다. 하지만, 밥솥을 비롯해 가습기, 공기청정기, 스피커 등 주력제품의 핵심기능 구현에는 그에 딱맞는 특허가 어김없이 구축돼 있다는 걸 이번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마법의 주문, ‘어째서’

"나는 무언가에 위화감을 느낄 때면, ‘어째서’라고 되묻는 버릇이 있다."

최근 출간된 발뮤다 창업자 ‘테라오 겐’의 인터뷰집 <상식의 틀을 깨라>에 나오는 대목(p.31)이다. 선풍기 날개는 어째서 늘 다섯 개 뿐인지. 토스트빵은 어째서 바삭하기만 해야하는지. 누구도 토달지 않던 그 재미없는 상식이 싫었던 테라오 겐. 그에게 이 ‘어째서’는 불가능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마법의 주문’이 아니었을까.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IP컬럼니스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매체 IP노믹스 초대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EBS 비즈니스 리뷰(EBR)와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글로벌 AI특허 동향 △특허로 본 미래기술, 미래산업 등이 있습니다.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 英 IAM 선정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혔습니다. ㈜ICTK홀딩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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