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개인정보 관련 법제 거버넌스가 집중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추진하며 개인정보 통합 감독기구로서의 위상을 다잡고 있지만, 각 부처에 혼재한 개인정보 관련 법을 통일성 있게 추진할 콘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은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 개인정보위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6일 출범 1주년 개인정보 정책 토크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토크 콘서트에는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장, 류재철 한국정보보호학회장,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 정태명 한국CPO포럼 의장, 김진경 빅밸류 대표, 김연지 카카오CPO,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개인정보위 출범 1년에 대한 총평 ▲개인정보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디지털 시대 개인정보보호 이슈 ▲데이터 활용의 현 주소와 개선과제 ▲신기술 개인정보 이슈 ▲민간·공공 개인정보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디지털 시대의 개인정보보호 이슈에 대해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 등 정보주체의 적극적 통제권을 보장하는 한편, 취약계층인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글로벌 기업에 대한 집행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집행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은 "데이터 보호와 활용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해서는 활용 관련 담당 조직이 미흡해 보여 보강이 필요하다"며 "마이데이터 사업 관련 정책 콘트롤타워 역할을 개인정보위가 하기 위해서는 마이데이터 관련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야에 법들이 산재해있고, 부처별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쉽다"며 "법 제정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도 "개인정보 관련 거버넌스를 개인정보위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수많은 개인정보 처리 기준들이 있는데, 다른 부처에서 법 집행을 할때 적정성에 대해 개인정보위가 가이드하거나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정합성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규제샌드박스도 행위규제 측면을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에 다른 분야 샌드박스와 조화돼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 체계 개편과 함께 개인정보위가 가진 규제 체계를 다른 부처와 연결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법적 기반을 만드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태명 한국CPO포럼 회장도 거버넌스를 강조했다. 그는 "행안부와 방통위에서 출범한 한계를 빨리 극복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를 빨리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정책 전달체계를 확장해 개인정보위원회가 하는 일들을 국민들이 잘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명확한 법규정 보다는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연지 카카오 CPO는 "실무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개인정보를 활용할 때 명확하게 선이 안그어져 있는 부분이다"며 "생체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법령규제가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도 "개인정보 활용에 일관된 예측가능성을 마련해 주는 게 산업계가 정부에 가장 요청하고 싶은 면이다"며 "다만 보호기준이 지나치게 강화하는데 중점주기보다는 현실적으로 현장 업무에서 발생하는 세밀한 조건에 대해 명확한 의사소통 가이드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각 부처에서 공공정보 개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갑자기 정보가 개방되지 않는 것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도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명정보 활성화와 개인정보 관련 R&D 중요성도 언급됐다.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가명정보 활용 관련 실적이 많지 않다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개보위와 4차위도 알고 있다"며 "26개 가병정보활성화 추진과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1년간 웜업 거쳐서 제도가 주변에 자리잡게 되면 성과가 조금더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데이터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비정형데이터 처리 기술과 법제 검토가 필요해질 것이다"며 "개인정보위가 가명정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철 한국정보보호학회장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선제적인 가이드라인과 R&D 통한 기술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현재 인원으로 가능할 지 걱정스럽다"며 "개인정보보호연구원을 설립하든지 기술자를 모아서 개인정보보호 산업 육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종인 개인정보위원장은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위한 규제 정합성 확보가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는 "온라인 개인정보 종합대책 마련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며 "개인정보위가 규제 집행기관으로 일해온 것이 아쉬운 측면으로 남아, 수동적인 규제 집행기관이 아니라 데이터 시대 헌법 수호기관으로서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자기결정권 실효적 보장과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등 안전한 데이터 활용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차·드론 등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인프라 부족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며 "스타트업들도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개인정보 전용 툴킷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데이터 제공자인 정보주체와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디지털 통상 확대에 따른 개인정보 법제 대응방향과 국내외 기업 간 데이터 활용격차 해소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최근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기술 등장에 따른 개인정보 이슈와 함께, 민간의 자율보호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