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국민의힘 의원(행정안전위원회)이 작은정부를 주문했다. IT대전환 시대에는 산업혁명 때와 달리 민간의 역량이 정부를 추월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영 의원은 "관(官)은 더 이상 신(新)경제를 리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영 의원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영 의원실
이 의원은 글로벌 경제가 ‘대전환’을 맞고 있다고 봤다. 하나의 산업군이나 분야의 변화를 넘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영 의원은 IT조선과 만나 "물질계와 사이버계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하고 있다"며 "사이버 세상의 경제 규모가 어느 수준으로 팽창할 지 알 수 없다"며 무한한 승자독식의 앞 날을 경고했다.

이영 의원은 현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대전환의 리더십’이 없다고 진단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곳곳에서 조만장자가 탄생하는 격변의 시기에, 정부가 과거사에 매달려 미래와 글로벌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영 의원은 대전환에 맞게 규제 장애물을 제거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민간분야가 공공분야를 추월한 상황이다"라며 "민간분야는 신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것을 놓치면 죽는다는 강한 위기 의식, 그리고 신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민간이 뛸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 의원의 이력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산업·과학기술이다. 이영 의원은 벤처 기업 열풍이 일던 2000년 데이터 보안 전문기업 테르텐을 설립해 2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만큼 시장과 정책의 괴리를 절실히 체감할 밖에 없다. 이후 소프트웨어사업협회와 정보통신진흥원 등에서 이사를 역임하고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IT 정책 수립에 적극 참여했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IT전문가다.

이영 의원은 자신을 ‘정치인 80%, 민간인 20% 유전자(DNA)를 지닌 의욕 넘치는 정치 신인’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은 7%에 불과하다. ‘수적 열세’의 상황에서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사명감도 크고 책임감도 무겁다. 지금은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과 가상자산특위 위원을 맡고 주요 정책안을 제시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정책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학과 암호학을 전공한 이영 의원에게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분야는 자신의 강점을 적용할 핵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영 의원은 "디지털 분야에서 금융허브 아젠다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영 의원은 육성에 무게를 두고 산업 발전에 따른 부작용은 규제로 줄이자는 입장이다. 지난 8월 블록체인진흥법을 제정하면서도 가상자산 시세 조정을 막는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블록체인 진흥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하여금 3년 주기 블록체인 진흥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광역자치단체장에게는 전문인력 양성, 연구 개발 및 연구성과 확산, 공정경쟁 환경 조성,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시책을 수립하게 한다. 아울러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진흥단지 조성 ▲지식재산권 보호 ▲창업 지원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표준화를 핵심으로 한다.

이영 의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대비 기술 경쟁력이 낮은 수준"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활용하여 공공과 민간의 업무 효율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영 의원은 블록체인의 파괴력이 ‘선한의지’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이영 의원은 "블록체인은 성선설에 입각해 협동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블록체인은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이영 의원과의 일문 일답.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영 의원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영 의원실
― IT 전문 국회의원으로 꼽힌다. 국회 입성 소감은.

"지금은 4차산업혁명 대전환기에 있다. 미래 100년은 신기술 기반의 신경제 모델링 성공여부에 달렸다. 변화를 만들려면 소위 ‘쪽수’가 있어야 한다. 쪽수는 에너지다. 고민을 함께하기에는 수적 열세라는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 중 이공계열은 15%, 기술 계열만 따지만 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무관심도 문제다. 국가 아젠다를 세우는 데 대선만한 적기가 없다. 5년에 한번 오는 기회다. 임기 중 대전환에 대한 관심을 일으켜야 한다는 초조함과 사명감을 갖고 있다."

― 특히 시급한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가 있다면.

"정부가 나서 신기술·신사업·신경제를 견인하겠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산업화 시대는 퍼스트 무버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로서 공공섹터가 대한민국 전체를 견인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반 세기만에 세계 최하 빈민국에서 최상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벌중심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이 있었다.

반면 지금은 민간분야가 공공분야를 추월한 상황이다. 관은 더이상 신경제를 리드할 수 없다. 민간분야는 신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것을 놓치면 죽는다는 강한 위기 의식, 그리고 신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민간이 뛸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 시장이 규제 허들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보나.

"자전거 타는 방법을 알려면 자전거를 타봐야 한다. 그래야 물어볼 수 있다. 타는 방법을 모른다는 인식만으로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리더십이 필요하다. 훌륭한 리더는 많은 이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들고 그것이 옳다면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전환 준비를 결정하고 전문가를 부르고 관심을 가지면 변화를 알 수 있다."

― 현 정부를 평가한다면.

"최고 리더십이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과거사 정리도 필요하지만 과거사 정리만 한다는 게 문제다.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도 옳지 않다. 대전환의 시기에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시야를 과거에 매몰시킨다. 산업과 기술정책을 보면 기업하기 참 힘든 나라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유지하고 정치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과연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 대전환을 놓치는 위기의 시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자동차는 영국이 제일 먼저 개발했지만 산업화는 독일에 뺏겼다. 영국의 마부 노조가 승리한 결과다. 영국에서는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었다. 이는 하나의 산업군에 불과하다.

4차산업혁명은 사이버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국경이 없다. 물질계와 사이버계 두 개의 지구가 공존하고 있다. 물질계 지구는 영토 구속력이 있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고 자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사이버세상은 국경이 없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 될 수 있다. 사이버 세상의 경제 파이가 어느 수준으로 팽창할 지 알 수 없다. 산업혁명마다 천만장자, 억만장자가 생겼다. 4차산업혁명으로 조만장자가 생기고 있다. 승자독식이 심해지고 있다. 과연 우리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지 고민해야 한다."

― 대전환을 놓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것은 리더들이 미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과거를 보는지 미래를 보는지, 정책 범위가 내수인지 글로벌인지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미래를 보면 교육이, 글로벌을 보면 정책이 바뀐다. 현 정부는 과거와 내수에 집중하고 있다."

― 대선이 대전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서 디지털전환 위원장을 맡고 몸부림치고 있다. 대선후보에만 기댈 것도 아니고 정치권에만 맡길 것도 아니다. 정치와 외부인사, 많은 전문가들이 대선주자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설득해야 한다."

― 각론으로 들어가겠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견해는.

"인류사 부와 권력의 밑바닥에는 지식과 정보에 대한 독점이 있었다. 인터넷이 생기면서 노력 여하에 따라 가져갈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블록체인은 성선설에 입각해 협동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선한의지로 시작한 것은 파괴력이 크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블록체인도 파괴력을 가진다고 본다.

블록체인이 선순환되려면 디지털 경제 기반의 부가가치 서비스가 터져야 한다. 이후 화폐가 따라가야 한다. 부가서비스가 실종된 채 가상자산이 주목받으면서 투기성향이 짙어졌다. 그래도 시장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홍콩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콩은 아무것도 하지않고 금융허브·무역허브를 내세워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선순환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렵다면 디지털 분야에서 금융허브 아젠다를 세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는 가져가야 한다. 신산업 발생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은 극복하고 가면 그만이다. 순서가 바뀌었으니 죽이자가 아니라 붙잡고 근본으로 갈 수 있도록 궤도를 수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 가상자산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 배경과 법안의 핵심 내용은.

"갑작스런 코인 상장과 폐지, 급격한 변동성에서 불공정거래 의심 행위가 포착되지만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개정안은 가상자산 거래 시장 역시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서로 짠 후 매매를 하는 행위,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본인 또는 타인이 시세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유포하는 행위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

― 증권시장의 시세 조종 금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다루고 있다. 가상자산과 증권의 시세조종의 차이점이 있다면.

"신산업이 태동하고 성장할 때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 육성을 도와야 한다. 증권 시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시세 조종 금지 행위를 가상자산 시장에 도입해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 사법당국의 기술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 디파이(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이 블록체인 기술 위에서 구현되고 있다. 가상자산을 사용하는 컨텐츠를 접해봤으면 한다. 게임, 커뮤니티 등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이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과 결합한 어떤 신산업이 나타날지 모른다. 직접 체험하면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한다."

― 특금법 유예 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플랜B’가 있는지.

"금융당국은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고 하는데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4~5개월 전에 불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법적 절차를 밟으라고 하는 금융당국의 결정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특금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는 국회에 맡기면서, 시장은 순기능 유지와 피해자 속출을 예방하기 위한 액션플랜(action plan)을 실행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하고, 폐업에 따른 피해 규모와 부작용을 데이터를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이다."

―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관련, 향후 활동 계획은.

"언제나 소수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후발주자는 늘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동시에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대한민국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라는 신산업에서 훗날 많은 비용을 지불하길 원치 않는다.

우선 대표발의한 법안의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 TF 활동을 통해 산업 육성을 지원하면서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아젠다에 포함되는 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녹여 대한민국을 미래로 전진시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 대전환을 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대통령 직속의 사이버청 신설을 제안했다. 지금은 융합의 시대다. 부서 칸막이를 해체하고 사이버 경제체제로 들어온 품목을 정한다. 우선 육성할 분야는 부로 키우거나 분사해 특정 부로 남긴다."

― 규제 샌드박스와 차이점은.

"규제 샌드박스는 권한이 없다. 사이버청은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고 선제적으로 디자인하자는 게 핵심이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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