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K 화질 VR 시대 여는 ‘HTC 바이브 프로2’

최용석 기자
입력 2021.09.17 07:28
가상현실(VR) 헤드셋 분야의 선도기업 HTC와 오큘러스가 지난 2016년, 본격적인 상용 VR 헤드셋을 출시하면서 VR 및 관련 기술이 산업계 전반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높은 진입장벽과 고질적인 콘텐츠 부족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관련 산업과 시장 규모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만 해왔다.

VR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 덕분이다. 비대면의 일상화로 온라인 기반 가상세계를 활용하는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그런 메타버스의 구현 및 활용 수단 중 하나로 기존 VR 기술과 관련 솔루션이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HTC 바이브 프로 2 / 최용석 기자
특히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기존 VR 헤드셋 대비 가격이 절반 수준인 독립형 VR 헤드셋(VR HMD) ‘오큘러스 퀘스트’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을 키우고 선점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HTC 역시 이전 세대보다 화질 및 기능, 성능 등이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VR 헤드셋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에도 정식 출시했다. 그중 하나가 PC 기반 유선 VR 헤드셋이자, 업계 최고 수준의 VR 화질로 돌아온 ‘HTC 바이브 프로 2(VIVE Pro 2)’다.

HTC 바이브 프로 2는 HTC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PC 기반 유선 VR 헤드셋 제품이다. PC 기반 유선 VR 헤드셋 제품으로는 본격적인 상용 VR 헤드셋으로 선보인 첫 제품 1세대 바이브(바이브 CE), 산업 및 B2B 시장을 겨냥해 편의성 및 화질을 업그레이드한 두 번째 모델 ‘바이브 프로’, 인사이드-아웃 트래킹 방식 및 모듈식 구조를 채택한 ‘바이브 코스모스’ 등이 있다.

바이브 프로 2의 전체적인 외형은 기존 바이브 프로와 거의 차이가 없다. / 최용석 기자
전반적인 외형은 전작인 바이브 프로에서 거의 변한 것이 없다. 이는 바이브 프로의 전반적인 설계 및 디자인, 착용감과 편의성 등이 전체 바이브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바이브 특유의 아웃사이드-인 트래킹(추적) 방식을 위한 헤드셋 표면의 다수의 적외선 센서, 정면을 향하는 2개의 광학 센서, 헤드폰 일체형 헤드밴드, 쉽고 빠르게 썼다 벗을 수 있도록 돕는 다이얼식 헤드밴드 등은 완성도 높은 전작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즉 겉만 보면 바이브 프로와 프로 2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똑같다.

바이브 프로 2는 착용 시 앞쪽과 뒤쪽 균형이 잘 맞아 착용감이 매우 편한 것이 특징이다. / HTC 바이브
동일한 외형인 만큼, 호평을 받았던 우수한 착용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특히 매번 사용자에 맞춰 헤드밴드 길이를 직접 조절할 필요 없이, 뒤쪽 다이얼을 조작하면 쉽고 빠르게 머리에 장착 및 고정할 수 있어 매우 편하다.

또한, 앞쪽 고글부와 뒤쪽 헤드밴드 고정부 사이의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어 헤드셋 장착 시 앞쪽으로 쏠림 현상이 적다. 이는 장시간 헤드셋 사용 시 몸에 걸리는 부담도 줄이는 효과도 제공한다.

헤드밴드 조절용 다이얼을 이용해 헤드셋을 쉽게 착용하고 빠르게 머리에 맞출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1세대 바이브 CE 모델에선 별도 구매 액세서리였지만, 바이브 프로부터 기본 탑재한 일체형 헤드폰은 사용자의 머리 형태에 맞춰 쉽게 위치와 방향,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부드러운 쿠션이 자연스럽게 귀에 밀착하면서 고품질의 사운드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일체형 헤드폰이라 해서 무시할 수 없는 게, 고해상도 오디오(Hi-Res) 인증을 받아 어지간한 이어폰/헤드폰 제품보다 뛰어난 음질을 제공하는 데다, 3D 오디오 기능도 제공하기 때문에 VR 콘텐츠 이용 시 몰입감을 한층 높일 수 있다.

Hi-Res 인증을 받은 일체형 헤드폰은 꽤나 고품질의 사운드를 재생한다. / 최용석 기자
이러한 외형적인 특징들은 전작인 바이브 프로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번 바이브 프로 2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화질’이다.

기존 바이브 프로의 경우 좌우 통합 2880x1600 해상도를 제공한다. 이는 1세대 바이브 CE 제품(2160x1200)보다 78% 늘어난 화면 픽셀을 제공, 체감상 약 1.5배에 가까운 화질 향상을 보여준 바 있다. 이를 통해 1세대 제품에서 크게 느껴졌던 모기장 현상(디스플레이의 픽셀 간 경계가 그물망처럼 보이는 현상)도 바이브 프로에서 크게 완화되고, 헤드셋을 통해 보이는 VR 콘텐츠의 화질과 가독성 등도 크게 개선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바이브 프로 2는 기존 프로 모델과 비교해 거의 2배에 가까운 5K급 4896x2448 통합 해상도를 달성했다. 그 결과, 바이브 프로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던 모기장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깨끗하고 선명한 VR 영상을 볼 수 있다. 향상된 것은 해상도뿐만 아니다. VR 화면의 시야각도 기존 110도에서 120도로 더욱 넓어졌고, 화면 주사율도 기존 90㎐에서 33% 이상 증가한 최대 120㎐로 향상됐다.

5K해상도급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기존 프로보다 VR 화질이 거의 2배 가까이 향상됐다. / 최용석 기자
그 결과 눈으로 보이는 가상세계의 화질이 전작들보다 대폭 개선됐다. 시야가 넓어지면서 가상세계로의 몰입감이 한층 향상된 것은 물론, 가상세계 속 그래픽과 오브젝트가 더욱 선명해지고 잔상도 줄어들면서 눈의 피로와 어지럼증도 훨씬 줄었다. 화질이 대폭 향상된 것만으로도 기존 바이브 시리즈와 전혀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느낌이다.

특히 텍스트 가독성은 현실의 일반 모니터로 텍스트를 보고 읽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향상했다. 전작 바이브 프로도 살짝 글씨가 번져 보였던 것과 달리, 바이브 프로 2는 작은 글자도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만큼 가상세계 속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문서 작업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향상된 화질 덕분에 각종 VR 콘텐츠를 더욱 선명하고 정교한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다.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플레이 모습 일부 / 밸브
VR 콘텐츠 속 조작을 위한 전용 컨트롤러와 사용자의 위치 및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한 외부 장치인 ‘베이스 스테이션’은 기존 바이브 CE(1.0) 및 바이브 프로와 같은 것(2.0)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즉 기존에 바이브 시리즈 VR 헤드셋을 사용해왔다면, 헤드셋 단품만 새로 구매하는 것으로 VR 퀄리티를 대폭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셈이다.

특정 사물이나 좀 더 세밀한 신체 움직임을 추적하는 ‘바이브 트래커’, 사용자의 표정을 인식하는 ‘바이브 페이스 트래커’, 기본적으로 유선 방식인 바이브 헤드셋을 무선으로 쓸 수 있는 ‘바이브 무선 어댑터’ 등 다양하게 출시된 바이브용 액세서리 제품도 그대로 호환되고 사용할 수 있다.

바이브 프로 2 헤드셋에 1세대 바이브 컨트롤러(왼쪽)는 물론, 스팀VR 호환 제품인 ‘밸브 인덱스’의 컨트롤러(오른쪽)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HTC 바이브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액세서리를 통한 확장성이다. (왼쪽 위부터) 바이브 트래커 3.0, 바이브 페이스 트래커, 바이브 무선 어댑터 / HTC 바이브
‘스팀VR(SteamVR)’ 규격을 충족하는 타사의 베이스 스테이션이나 컨트롤러 등과도 호환된다. 예를 들어, 바이브 프로2 헤드셋에 밸브(Valve)에서 개발한 ‘밸브 인덱스(Index)’의 컨트롤러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사실, 이번 바이브 프로2를 간단히 정리하면 기존 바이브 프로의 화질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외형부터 동일한 데다, ‘화질’ 부분만 빼면 구성이나 사용법, 심지어 주변기기 등도 완전히 똑같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화질’ 하나가 바이브 프로와 프로2를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만들었다. 해상도가 업계 최고 수준인 5K급으로 향상되고, 시야각과 주사율도 향상되면서 전작과 비교할 수 없는 업그레이드된 VR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 VR 헤드셋 제품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모기장 현상’을 완전히 극복한 것이 돋보인다. 업계 최고의 5K급 해상도가 제공하는 VR 화질은 기존 VR 헤드셋과 비교하면 일반 디스플레이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비교한 만큼의 선명함 차이를 보인다.

아쉬운 것은 가격이다. 바이브 프로 2의 헤드셋 단품 가격은 104만원, 신형 컨트롤러 2개와 베이스 스테이션 2개가 포함된 바이브 프로 2 ‘풀 킷’ 가격은 184만원이다. 무선 사용이 기본인 ‘오큘러스 퀘스트 2’가 화질은 살짝 낮지만, PC 없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고, 컨트롤러 포함 4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비싼 편이다.

다만, 바이브 프로 시리즈가 처음부터 기업이나 전문가용 VR 헤드셋을 추구하는 제품인 데다, ‘바이브 트래커’를 비롯한 다양한 주변기기를 지원하고, 자체 확장성도 더욱 넓은 것을 고려하면 철저히 일반 소비자가 타깃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만 특화된 오큘러스 퀘스트 2보다 비싼 것도 이해가 된다.

바이브 프로 2는 VR 헤드셋 시장에 본격적인 5K 화질 시대를 열 제품으로 기대할만한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그럼 바이브 프로2는 어떤 이들에게 적합할까. 비용에 상관없이 최상급의 VR 화질과 정교함이 필요한 전문가, 가상현실에서의 실시간 협업을 통해 제품을 연구·기획하는 전문 개발자, 다양한 콘텐츠를 VR로 즐기려는 VR 마니아들에게 어울린다.

이미 바이브 시리즈를 구매해 사용하던 경우에도 바이브 프로 2를 추천할 만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컨트롤러와 베이스 스테이션만 있으면 헤드셋 단품만 구매해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상급 VR 환경을 구성하면서도 초기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다소 비싼 가격과 PC에 연결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유선 제품이란 점을 제외하면 바이브 프로2는 현재 출시된 각종 VR 헤드셋 중에서 최고의 화질과 성능, 퍼포먼스를 모두 구현한 제품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VR 업계에도 본격적인 5K 화질 도입의 도화선이 될 제품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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