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사이버 제국주의 시대 대비 전략이 필요할 때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1.09.17 09:56 수정 2021.09.17 09:58
밀레니엄이 열리는 2000년 신년사를 의뢰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이 IT 강국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연결되면서 사이버 상에서의 제국주의가 스멀스멀 열리던 시기였다.

세컨드라이프 같은 기업이 대표적인 예였다. 이 회사는 사이버 상에서 가상세계를 개척하고 있었다. 주변 강국들에 의해 한반도는 반복적으로 공격 당하고 마침내 일제에 의해 침탈당했던 아픔을 사이버 상에서라도 반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서구 열강들이 앞다투어 영토를 넓혔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다 하지 않았던가. 역사는 반복된다. 사실 그 시대의 강국은 현재 영토가 아니라 이동통신을 펼칠 주파수로 하늘 위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영국, 스페인, 남아공, 인도, 멕시코 등이 다른 나라의 주파수를 직간접적으로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제 통신망 수준을 넘어 제국주의 시대 영토를 넓혀가듯 최근 가상 공간에서도 제국이 등장하고 있다. 국제법으로 규정한 영토라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플랫폼이라 불리는 공간 위에서 모든 영역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동인도회사, 동양척식회사 같은 기업이 앞장서 영토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플랫폼 기반 회사들이 그 역할을 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의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같은 기업에 대한 투자 내지는 인수 또한 일종의 영토 넓히기로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같은 기술들이 개별 기업의 활동이나 도시의 관리 등에 적용하기 위해 시도한다. 하지만 분명 세계 제패를 꿈꾸는 기업들은 과거 영국과 같은 위상을 갖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앞세워 소리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는 얼마나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특히 정치권과 현 정부가 기업을 선악(善惡)과 곡직(曲直)으로 대하면서 한반도 안에서 지지고 볶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주파수 전쟁에서 한번 실패하고 한 뼘의 땅도 넓히지 못했던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 삼성, 현대 , SK 같은 물리적 상품을 생산해 세계 진출을 하는 기업과 병행해 토종 플랫폼 기업이 해외로 뻗어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벤처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 막 대기업 단계로 성장한 기업을 몰아쳐 의욕을 꺾거나 역량을 감소 시키지 말아야 한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기업과 사업을 무한히 넓혀가는 현상도 이해해야 한다. 아마존, 구글 같은 기업들도 수 백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물론 국내 플랫폼 기업은 국내에 머물며 동네 상권이나 영세 사업자들을 파괴시키는 상황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더불어 세계 시장에 대한 도전을 감행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지금이 카카오나 네이버의 세계화를 중차대한 시기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제 막 대기업으로의 진입에 성공한 기업들에 처벌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한국에서 기업의 순위가 바뀌는 비율은 안 그래도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인데, 기존 기업의 순위가 더 고착될 위험도 있다. 국가 경제가 더 활발하게 성장하려면 후순위 기업들이 더 빨리 커서 순위를 바꾸는 물결이 일어나야 한다.

플랫폼 기업을 앞세운 사이버 제국주의에 대비해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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