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주요 재계 총수들은 산적한 그룹 현안과 향후 경영 구상에 몰두한다.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다시 맞은 연휴인 만큼 해외 현장 경영보다는 연말 인사와 내년 사업 전략의 틀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연휴 기간 주로 자택에서 시간을 보내며 현안 점검을 이어간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1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한자리에 앉은 모습 / 조선일보 DB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1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한자리에 앉은 모습 / 조선일보 DB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부터 명절 마다 해외 출장길에 올라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글로벌 기업 CEO를 만나 미팅을 소화하는 등 현장 경영을 해왔다. 최근에도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후보지 선정이 임박함에 따라 이 부회장이 추석에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취업제한 논란 등을 고려해 출장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국내에서 반도체 투자 현안을 챙기면서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인수합병(M&A)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 백악관이 세계 반도체 제조사, 완성차 업체 등 주요 기업을 소집해 23일(현지시각) 개최하는 ‘공급망 회의’에 대한 준비에도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미래 경영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과 생산 차질 여부를 점검하면서 해외 주요 권역별 판매 상황을 살펴볼 전망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 모터쇼에서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그룹의 전동화 전환을 점검하고, 자율주행 로보택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0월 열리는 그룹 CEO 세미나를 앞두고 국내에서 하반기 경영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CEO 세미나에서 그해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해 경영 전략을 논의해왔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사회 구현 등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모색하고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은 반도체·배터리 등 사업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자택에서 머무르며 전자·배터리·화학·전장 등 현안 사업을 챙기며 미래 구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그동안 모빌리티와 배터리, 로봇, AI 등 미래 사업 전략을 강화와 함께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해왔다. 코로나19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진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 준비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명절 연휴 대체로 해외 출장길에 오른 재계 총수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국내에 머무는 추세다"라며 "이들은 국내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