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안 진단] 권은희 의원 “美 규제·육성안 참고, 투자상품화 길 터줘야”

조아라 기자
입력 2021.09.20 06:00 수정 2021.09.23 09:46
이른바 ‘비트코인 ETF’ 법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상자산 시장을 직접 육성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다. 그만큼 우려도 크고 기대도 높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정무위원회)은 가상자산 법제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미국을 모델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을 동시 발의했다. 육성과 규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권은희 의원실
우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자산 운용사가 가상자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법이다. 투자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킨 게 골자다. 가상자산 검증은 투자운용사가 맡는다.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상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그동안 국내 증권가에서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금융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권은희 의원은 최근 IT조선과 만나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기구가 가상자산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해 가상자산 상장에 대한 중앙정부의 규제 대신 시장 논리에 기반한 자율적인 상장관리 및 가상자산에 대한 자정적인 평가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미 해외에서는 관련 상품이 출시되고 비트코인이 제도권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개정안이 갖는 의미는 크다. 올해 1월 캐나다 금융당국이 글로벌 최초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를 승인하는 한편,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달 초 비트코인 ETF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내놨다.

업계는 빠르면 올해 안으로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프로셰어스, 인베스코, 반에크, 발키리 디지털에셋 등의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미 SEC가 비트코인 ETF를 반려한 가장 큰 이유는 변동성과 투자자 보호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면 비트코인 ETF의 승인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권은희 의원이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한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동시에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발의안에는 인가제와 정보공시, 불법 거래 규제, 자금 운용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권 의원은 나아가 자산운용사가 가상자산을 분석·평가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설명의무와 관련해 위험 부분을 정확히 고지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 비대칭 문제는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도 마찬가지다"라며 "투자운용사들이 분석· 평가하는 부분들은 가상자산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금융 상품에 대해 최소한의 의무사항들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은희 의원과의 일문일답.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IT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권은희 의원실
― 자본시장법 법안 발의 배경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가상자산을 자산운용사의 투자대상 중 하나로 보고 펀드 등에 편입해 투자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민간의 자율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으로 가상자산의 객관적이고 선순환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사업자에 기본적인 의무 사항을 부과하는 등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런 태도를 보이니 민간도 상품화하거나 가치를 저장하거나 매개수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상자산이 투자상품으로 진전되고 있지만 투기화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기구가 가상자산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해 가상자산 상장에 대한 중앙정부의 규제 대신 시장 논리에 기반한 자율적인 상장관리 및 가상자산에 대한 자정적인 평가를 도모하고자 한다."

― 투자자산운용사가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규제보다는 육성안에 가깝다고 봐야 하나?

"모두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육성을 통한 규제라고 보면 된다."

― 시장 원리에 맡기기에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설명의무와 관련해 위험 부분을 정확히 고지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 비대칭 문제는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도 마찬가지다. 투자운용사들이 분석· 평가하는 부분들은 가상자산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금융 상품에 대해 최소한의 의무사항들을 담을 필요가 있다. 다만 법으로 열거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시행령에 과년 내용이 담겨야한다. 위임조항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도록 하겠다."

― 업권법과 연계해서 발의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20개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가상자산은 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는 거래소에 대한 각종 기준과 의무 부과도 필요하지만 결국 가상자산 자체의 평가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업권법과 함께 자본시장법을 연계발의 했다.

현재의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국제기준에 따른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이다. 가상자산을 제도화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개정 특금법 시행에 따라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폐업을 넘어 음성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처럼 사업자 폐쇄로 인한 피해자 발생과 지하경제가 커질 우려 등이 존재함에 따라 이를 양성화해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소비자 보호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업권법 제정이다."

― 업권법 내용을 소개한다면.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의 인가 등에 대한 규정을 신설함과 동시에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보호를 위한 각종 의무와 금지행위 등을 규정했다. 공시의무, 안전성 확보의무, 거래기록 보존, 예치금 별도관리와 자금세탁금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범죄에 이용된 가상자산 거래 중지, 자의적 서비스 제공 중지의 금지 등이다."

― 현 가상자산 정책의 문제점은?

"블록체인 기술의 진흥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정부의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정책에 대해 블록체인 자체의 기술적 유용성이 있지만 가상자산 이슈와 결부되면서 블록체인 기술개발과 활용이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 신임 금융위원장에게 당부할 내용은.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에 관한 국제적인 흐름과 해외 각국의 사례를 비교 점검해 보기 바란다. 열린 마음으로 코인 발행사, 거래소, 투자자, 나아가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만나볼 것을 당부드린다."

― 금융위원회에 당부할 내용은.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 역시 금융당국의 나몰라라식 책임회피에서 그 피해의 규모가 커졌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해 아무런 고민 없이 오로지 책임을 면할 방법만 강구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대응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가상자산 제도화와 관련하여 적극적인 논의와 대안 마련에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감시견제 기능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정보비대칭이 매우 심각하다. 행정부를 감시하려면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문제점을 검토해야 하는데 자료 제출 자체가 순조롭지 않다. 전체적으로 행정 시행령이 입법을 좌우하고 있다."

―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박근혜 정부 때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방안이 국회를 통과했는 데 거부권이 행사됐다.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는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정치적인 문제도 있다. 당정청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여당이 당정청 이전에 국회로서의 역할을 우선해야 한다. 이후 당정청의 부분을 보완하거나 수정·고려해야 한다. 지금 여당은 당정청이 늘 우선이다. 정부여당이 한몸으로 움직이고 국회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매제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이해 충돌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2대주주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핀테크 빅테크 사업 영역에서 빠지지 않는 주요 사업자로 활동할 것이다. 여야 불문 문제를 제기하고 금융과 관련해 스스로 결단을 요구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이처럼 정부의 이해관계가 국회의 감시기능을 우선하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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