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대학원생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제발 아무도 읽지 않길 간절히 기도하는 글’로 통하는 학사논문 한편이 인터넷에서 크게 회자됐다. 저자는 1994년생 김수현. 금융가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투자를 익혀, ‘누구나 공부하고 노력하면 주식투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그가, 대학에서 ‘개미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교수님의 콧방귀에 반박하기 위해 시작한 논문이었다. 당연히 애초의 가설은 ‘하면 된다.’

하지만 2000명 이상을 접한 리딩방(주식정보를 제공하는 곳) 운영자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 현실은 달랐다. 전체 투자자를 20명으로 환산했을 때, 2000만원 이상 이익을 본 건 1명뿐, 대다수는 손해를 보거나 약간의 이익만을 얻었다. ‘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결과에 저자는 논문 방향을 수정했다. 그 결과가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민음사)에 담겼다.

주식판과 노름판의 공통점은 ‘초심자의 행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긴가 민가한 마음이 들"기에 "처음에는 자본금을 조금만 투입하여 우선 ‘밑밥’을 던져 본다. 결과는 대개 성공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초심자의 행운’이라 부른다. 저자는 "초보일수록 스스로 ‘잘 모른다’라는 무지를 인정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위험을 회피하고 비교적 확실한 투자처에서 입수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의심을 품고 있기에 대박을 바라거나 허황한 꿈을 꾸지도 않는다"고 저자는 부연한다.

하지만 일단 돈맛을 알게 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지금껏 투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과거의 생각이 자신의 무지한 편견에 의한 것"으로 인지하고 "‘이렇게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왜 지금까지 하지 않았을까?’하는 후회감에 휩싸이며 본격적인 개인투자를 결심한다." "보통 호구들은 자본이 부족해서 돈을 잃는다고 생각"(영화 ‘타짜' 中)하기 때문에 상당수가 ‘과신의 평향’에 빠져 돈을 몰아 넣는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직면하는 실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우는 그와 다르게 성공적일 것이라는 선민의식에 기반을 둔 기대감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 들으려는 ‘확증 편향'도 같은 맥락이다. 돈맛의 강렬한 쾌감을 맛본 사람들은 "믿고 싶은 대로 보고 들으며, 그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수집하고, 그에 부합하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중요성이 낮다고 인식"하면서 "자신이 투자한 종목 혹은 전체 시장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악재의 영향을 최소화해 평가한다."

물론 누구나 실패를 반복하다보면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순간 멈추거나 포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이는 ‘몰입상승의 편향' 때문이다. "선택이나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난 뒤에도 중단하거나 바로잡지 않고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매몰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몸부림인데, 이때 대다수 사람은 요행을 바라며 "손절매를 고려하는 게 아니라, 평단가보다 더 낮은 금액의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위험을 감수한다. 개인투자자의 세계에서는 이를 ‘물타기 매매 기법'이라 부른다.

주식으로 큰 돈을 버는 극소수에 포함될 지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큰 손실을 입고 이제라도 손절하고 싶은 사람에게 저자는 "손절을 남에게 맡겨라"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투자자들은 초반에는 세금이 아까워 손절매를 꺼린다. 매수와 매도 2회를 기준으로 코스피 종목은 0.3%, 코스닥 종목은 0.6%의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며 "(대개) 세금이라도, 수수료라도 벌고 나오자’라는 심정으로 버티기 시작하지만 그 손실이 나중에는 10%, 20%, 30%로 점점 커지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익에 대한 실현을 손실에 대한 처분보다 선호하는 ‘처분 효과’에 매몰되기 전에 타인의 손을 빌려서라도 매절에 나서라고 충고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