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 30년 넘게 근속한 직원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유족의 주장이 제기되자 KT가 조사에 나섰다. KT는 객관적인 조사가 나온 후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KT 직원 유족의 게시글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KT 직원 유족의 게시글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23일 KT와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KT에서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아버지가 9월 15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아들 A씨는 게시글에서 "(아버지가) 30여년 넘게 몸담아온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직장에서 괴롭힘과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며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조직 개편과 함께 2020년 말 KT 지역 지사로 발령 받은 후 사내에서 문제를 겪었다. 올해 6월 해당 지사에 부임한 나이 어린 팀장이 A씨 아버지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과 아주 오래 전 일을 들추어 직원에게 뒷담화를 하여 주변 직원까지 아버지를 냉대하게 만들었다'는 게 괴롭힘 내용이다.

A씨는 "집에서 유서가 발견됐는데 유서 내용도, 평소 아버지가 불만을 토로하실 때도 항상 특정 인물만 지목하고 있었다"며 "아버지는 8월 29일 딸 결혼식을 앞두고 30년 근속 안식년을 받아 9월 15일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휴가를 다 사용한 후 다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 두려움 등의 사유로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 ‘출근하는 게 지옥 같다’ ‘직장 동료 사이에서 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이야기해 왕따 분위기를 만든다’ ‘온갖 욕설과 무시성 발언을 해 자존심이 상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A씨 글은 청원 시작 7일 만인 23일 오후 기준 1만1766명의 청원 동의를 받은 상태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KT 팀장은 A씨 청원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KT 직장내 괴롬힘 논란이 23일 오전부터 확산하자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직장내 괴롭힘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팀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진실인 것처럼 여론화가 되고 있다며 청원 게시글에 담긴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욕설을 해본 적 없다. 뒷담화를 한 사실도 없다"며 "고인과는 7월부터 업무를 함께 해 과거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청원 글에서 나온 A씨 아버지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그는 "고인보다 나이가 많다"며 "직장 생활 32년차다"고 정정했다. A씨 아버지의 어려움과 관련해서는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이야기를 들었다는 내용도 더했다.

A씨 청원 글이 다수 매체에서 보도되자 블라인드 등 직장 커뮤니티에서는 관련 발언이 오갔다. 가해자로 지목된 팀장과 유족 사이에 주장이 대립되는 사이 KT 대응을 지적하는 내부 반응도 나왔다.

한 KT 직원은 "일 터진 후 경조사 게시판에 (A씨 아버지의) 부고 소식, 따님 결혼 소식이 다 사라졌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그러자 또 다른 KT 직원은 "(회사의) 일처리 하는 방식이 더 문제다"고 답변을 달기도 했다.

자신을 KT 직원이라 밝힌 B씨 역시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사측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판 여론을 더했다.

KT는 이같은 문제제기에 해당 사안의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당장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신중히 사안을 바라보겠다는 게 KT 설명이다.

KT 측은 "자체 조사는 물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17일 고용노동청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사실 관계 규명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