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줄 모르고 오른 TV용 LCD 패널 가격이 하반기 들어 하락하면서 가전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최근 가전 제품을 실어나를 해운 운임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업계의 시름이 깊어진다. 운임 상승세가 장기화 할 경우 수익성 회복도 요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7일 기준 4622.51포인트를 기록하며 10일 대비 54.35포인트 올랐다.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다.

SCFI는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다. 상하이거래소에서 상하이 수출컨테이너 운송시장 15개 항로의 스팟 운임을 반영한 운임지수다. 숫자가 클수록 해운업황이 좋은 것이며, 상대적으로 운송을 의뢰하는 기업의 비용은 커진다.

네오 QLED 제품 이미지 컷 / 삼성전자
네오 QLED 제품 이미지 컷 / 삼성전자
SCFI가 오른 것은 미국과 중국 유통업계가 연말 시즌을 대비해 본격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는 등 항만 적체가 심각해진 영향이다. 선박의 항만 대기시간이 증가한 가운데 빈 컨테이너도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며 해운 운임 상승을 더욱 부채질한다 .

장기간 누적된 운임 상승분은 가전제품 원가에 속속 반영되며 판매가격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 상반기 TV 가격은 LCD 패널 가격 상승과 더불어 운임 상승이 더해지며 20%내외로 올랐다. 각 사별 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3%, LG전자는 19.5% 상승했다.

운임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 1000대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물류비 정상화 시점을 2022년 6월 이후로 보는 응답이 70%쯤에 달했다.

반면 LCD 패널 가격은 3분기 이후 전 제품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에 따르면 32인치부터 55인치 패널은 올해 6월, 65인치와 85인치 패널은 7월에 정점을 기록한 뒤 하락하는 추세다. 8월 LCD TV 패널 평균 가격은 9.4%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운임료 상승에도 물류에 차질이 없도록 공급 오퍼레이션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다만 LCD 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보임에도 해운 운임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전업계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직접적인 소비자 가격 인상보다 프로모션을 줄이는 ‘우회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원자재 수급 차질과 운임 상승 등이 선반영돼 예년과 같은 수준의 제품 가격 인하 폭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운임 상승은 장기화 하고 있고, LCD 패널 가격 하락분은 사실상 내년에 반영될 전망이다"라며 "조만간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세일 시즌에 돌입하는 만큼, 당장 제품가격을 인상하기 보다는 내년부터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