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찾아 삼만리' 배터리 CEO가 미국에 간 이유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9.26 06:00
국내 배터리 기업 수장들이 인재를 찾아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세계 배터리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핵심 인재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점을 알고 있어서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기술 탈취와 국내 인재 빼가기를 시도하는 만큼 배터리 업계는 선제적으로 인재를 육성·발굴해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 / SK이노베이션
2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0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포럼’을 열고 대대적인 인재 영입에 나선다. 50~100명의 지원자가 참석해 사업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 등을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을 영입해 회사가 추진 중인 딥체인지를 통한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 달성을 위해 핵심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행사인 만큼 경영진이 직접 나선다. 김준 총괄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그린 비즈니스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한다.

김준 총괄사장은 "회사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력확보에서 시작한다"며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재를 채용해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과 기업가치 혁신 전략인 카본 투 그린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도 직접 자리에 참석해 회사를 글로벌 톱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성준 환경과학기술원장, 이장원 배터리연구원장 등 회사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임원들도 집중 육성 중인 기술에 대해 인재들과 심도 있는 토론시간을 가진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글로벌 인재 채용 행사인 BC투어를 개최하며 환영사를 하고 있다. / LG화학
LG화학도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채용행사를 진행했다.

신학철 부회장, 유지영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 김성민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 등은 최근 미국 현지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조지아공과대, 코넬대 등 10개 대학과 연구소의 한국인 석·박사 및 학부생 등 40명을 초대해 회사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이날 참석한 인재들은 친환경·바이오 소재, 배터리 소재, 신약 개발 등 LG화학의 신성장 동력 관련 분야의 전공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신 부회장은 "팬데믹이라는 역사적 변곡점 속에서도 LG화학이 유례없는 상승 모멘텀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과 같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했기 때문이다"라며 "(LG화학을) 여러분과 같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직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취임 첫 해부터 글로벌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섰다. 2019년에는 ‘BC(Business & Campus) 투어’ 최초로 유럽 지역의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채용 행사를 직접 주관했다. 2021년에는 국내 대학 및 연구소의 이공계 석∙박사 과정 R&D 인재를 초청하는 ‘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채용설명회를 위해 9월 초 미국을 방문했다. 김 대표는 4일 북미 석·박사 등을 대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진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이처럼 CEO들이 직접 인재 쟁탈전에 나선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커지는 만큼 석·박사 이상 고급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0년 말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추산한 2차전지 인력 부족 현황은 석박사급 연구·설계인력 1013명, 학사급 공정인력 1810명 등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인력양성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유럽으로 향하는 인력에게 어떻게 불이익을 줄지에 집중하기 보다, 먼저 개선된 처우와 근무 환경을 제공해 회사에 지속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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