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D.P.에 이어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 성과 배경에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 역량이 있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하는 만큼 넷플릭스 글로벌 사업 중심에서 K-콘텐츠가 역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 국내 투자가 확대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 셀, 덱스터스튜디오, 라이브톤, 웨스트월드, 아이유노 SDI 그룹 등 국내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가 나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 셀, 덱스터스튜디오, 라이브톤, 웨스트월드, 아이유노 SDI 그룹 등 국내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가 나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모든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 될 수도

넷플릭스는 29일 오전 온라인에서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는 넷플릭스가 2016년 국내 사업 진출 후 5년이 지난 과정에서 국내 창작 생태계와 선보인 협업 성과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행사다.

넷플릭스는 이번 행사에서 그간 옥자(2017)를 비롯해 킹덤(2019), 스위트홈(2020) 등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며 사업 지형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영화 승리호를 시작으로 최근 선보인 D.P.와 오징어 게임까지 연속으로 흥행을 기록했다는 설명을 더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한류 무대였던 아시아를 넘어 미주 지역과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가 즐기는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D.P.는 콘텐츠 업계를 넘어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울림을 선사했으며, 오징어 게임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처음으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오늘의 톱(Top) 10 1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징어 게임) 공개 후 추이로 보면, 넷플릭스 비 영어권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본다"며 "넷플릭스가 선보인 모든 작품 중에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안내 이미지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오징어 게임 안내 이미지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양질의 K-콘텐츠 뒤엔 글로벌 경쟁력 갖춘 국내 제작사 있었다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가 글로벌 단위에서 흥행을 기록한 배경에는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의 역량이 있었다. 특수 분장과 음향 보정, 더빙, 특수 효과(VFX) 등 다수 제작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제작사와의 협업이 흥행의 보증 수표가 됐다.

넷플릭스는 이날 행사에서 셀(특수 분장)과 덱스터스튜디오(DI), 라이브톤(음향), 아이유노 SDI 그룹(더빙·자막), 웨스트월드(VFX) 등의 국내 제작사를 소개했다. 이들은 모두 수년간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며 대외로 사업 행보를 넓히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에서 음향 작업을 담당한 라이브톤은 국내 처음으로 돌비 채널 믹싱 등을 도입해 실감 나는 음향을 구현하는 작업을 했다. 과거 옥자 제작 과정에선 상상 속 동물인 옥자를 구현하고자 예상 이미지를 토대로 뉴질랜드 토종 돼지와 하마, 코뿔소 소리 등을 참고해 소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태영 라이브톤 대표는 "현재 해외 아티스트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최근 동남아를 대상으로 현지 영상 관계자에게 특강도 진행했다"며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한국 사운드의 해외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VFX를 구현하는 웨스트월드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영상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양질의 제작 환경을 구현하는 데 힘쓰고 있다. N캠 등 신규 VFX 장비를 통해 도입한 버추얼 프로덕션이 대표 사례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통상 영상 촬영 후 후처리로 진행하던 컴퓨터그래픽(CG)을 촬영 현장에 도입한 기술이다. CG를 상상하며 촬영하는 게 아닌, CG를 카메라 스크린에 구현해 실제 현장에서 공간감 있는 촬영을 지원한다. 웨스트월드는 최근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고요의 바다에선 LED 효과를 더한 LED 버추얼 프로덕션을 적용하기도 했다.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는 "실내 스튜디오에서 활용하던 N캠을 야외에서 구현하자 외국 전문가가 많이 놀랐다"며 기술 성과를 강조했다.

N캠으로 구현한 버추얼 프로덕션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영상 이미지 /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N캠으로 구현한 버추얼 프로덕션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영상 이미지 /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넷플릭스, 글로벌 사업 중심에 K-콘텐츠 두나

OTT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향후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콘텐츠 제작사를 중심으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늘려갈 것으로 본다. K-콘텐츠가 동남아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만큼, 사업 지형을 넓히는 과정에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성장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이미 베트남에선 한국 콘텐츠가 없으면 (넷플릭스) 서비스가 안 되는 수준이다. 국내 콘텐츠가 넷플릭스 사업 메인이 됐다"며 "오징어 게임의 경우 넷플릭스가 자체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는 등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면 국내 콘텐츠 활용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노 센터장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북미나 유럽에서 제작이 힘들다 보니 넷플릭스가 국내에 투자한 부분이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영향이 없어지더라도 넷플릭스가 향후 2~3년 안에는 국내 제작사와 협업하려는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과거엔 마블이나 HBO 콘텐츠를 많이 포함했지만 최근엔 해당 콘텐츠가 빠진 상태다"며 "국내와 협업하려는 니즈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투자 과정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77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올해는 한 해에만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