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주민 반발
안양시, 환경영향평가 용역 맡겨

효성그룹이 미래먹거리로 야심차게 내세운 ‘데이터센터' 신사업이 시작부터 삐그덕댄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경기도 안양시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데,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주민들은 각 세대별 베란다와 아파트 단지 벽면에 대형 현수막까지 걸며 데이터센터 반대에 나섰다.

29일 안양시에 따르면, 최근 주민들의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민원으로 미래전파공학연구소와 대한설비공학회에 데이터센터 건립 시 환경피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용역을 맡겼다.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오른쪽)와 인근 아파트 주민이 반대현수막을 건 모습 / 네이버 지도 거리뷰 갈무리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오른쪽)와 인근 아파트 주민이 반대현수막을 건 모습 / 네이버 지도 거리뷰 갈무리
안양시 호계동 인근 주민들이 상반기부터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 중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안양시의회, 안양시 민원게시판 등에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이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올라오는 중이다.

최근에는 시의원까지 나서 목소리를 낸다. 비상전원공급장치 디젤발전기 가동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오염물질을 배출해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것이다. 이채명 안양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6일 열린 얀양시의회 본회의에서 주민들의 우려사항을 전달했다.

인근 주민들 상당수는 냉각탑에서 방출되는 오염 물질과 전자파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고 부지와 초등학교의 직선거리가 180m밖에 안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1차선 도로만 사이에 두고 18층 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기 때문에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도 주장한다.

안양시는 다른 지역에서도 주거단지 내 데이터센터 건립 사례(KT 용산 IDC, SK 분당데이터센터)가 있는 만큼 무작정 건립을 반려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부지는 공업지역이기에 데이터센터 부지 용도로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기관과 검증단을 통해 주민들의 우려를 검토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행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건립반대 민원글을 올린 주민들/ 안양시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데이터센터 건립반대 민원글을 올린 주민들/ 안양시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우선 주민들이 요청한 효성 공장 내 부지 이전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센터 부지 소유주와 공장 내 부지 소유주가 다른 법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을 맡고 있는 에브리쇼는 효성중공업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데이터센터 서비스 업체 STT GDC와의 합작법인이다. 효성중공업의 지분이 40%, STT KOREA DC PTE. LTD.의 지분이 60%다. 데이터센터 부지인 호계동 911번지 일대 토지 소유주는 효성이 아닌 에브리쇼다. 6월 안양시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한 것도 에브리쇼다.

안양시 관계자는 "주거단지와 조금 떨어진 효성 안양공장 안쪽으로 데이터센터 부지를 옮기는 것을 요청했지만, 효성과 사업시행자(에브리쇼) 간 법인 관계가 독립돼 있어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 용역 결과에 따라 유해하지 않은 계획으로 변경해서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립 전 주민 반대는 네이버와 NHN도 겪었다. 네이버는 용인에 데이터센터(각)를 지으려 했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부지를 세종으로 옮겼다. NHN도 김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다만, 지역을 옮기지는 않았다. 부지규모 축소 등 일부 계획 변경을 거쳐 연내 착공을 진행 중이다.

주민들의 반대와 코로나19 등 어려 상황이 겹치며 효성 측이 당초 계획했던 연내 착공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효성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주민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오해가 생긴듯하다"며 "디젤발전기 등 일부 오해하시는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드리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지 이전 검토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부지 이전을 논할 만큼 진행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르다"며 "연내 착공 역시 늦춰질 수 있다"고 답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