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통의 아이콘' 테슬라

이민우 기자
입력 2021.10.01 06:00
"내 주변을 침묵이 잡아먹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침묵에 길들여지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임수정과 이선균·류승룡 주연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막바지에 등장하는 대사다. 침묵에 익숙해질 수록 오해는 쌓이고 깊어지기에 상대방과 소통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소통하려는 노력’은 부부·연인 사이만 아니라 기업·소비자 간 관계에도 중요하다. 이상적인 소리지만, 기업은 제품 결함을 인지했다면 정직하게 결함 가능성을 알리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혹시나 결함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 소비자 사상이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국내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소통하려는 노력과 거리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 모델Y 누수 결함 사태가 일어났을 때, 테슬라의 선택은 ‘침묵’이었다. 홈페이지로 공식입장을 내놓거나 고객에 고하는 안내문도 없었다. 덕분에 언론과 SNS로 상황을 접해 누수를 확인한 고객도 여럿 나왔다.

최근 DC콤보 어댑터 초도물량 파악 설문조사도 아쉽다. 일부 차주에만 우선 설문조사를 했는데, 다른 차주에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DC콤보 어댑터가 국내 KC인증을 진행했던 것은 지난 3월이다. 출시는 일언반구 없이 하반기까지 미뤄졌다. 설문조사 이유나 추후 계획을 테슬라가 설명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모습도 없었다. 설문조사에서 배제된 차주들은 ‘왜 설문조사 대상자가 아닌지, DC콤보 어댑터를 굳이 우선 조사해 발매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의문을 표한다.

어느덧 테슬라의 이미지는 ‘불통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다. 여러 차례 침묵과 일방통행식 공지는 테슬라 차주 또는 미래 고객의 오해와 불만을 사고 있다. 차량 구매 후 정비·서비스를 도맡는 애프터세일즈는 자동차 브랜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국내 고객이 누수 사건을 비롯해 테슬라의 응답·서비스 방식에 답답함을 제기하는 경우도 잦다.

기업과 브랜드가 ‘혁신’이나 CEO의 ‘기행’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과 이미지엔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제품에 일어나는 문제와 상황을 인지할 권리가 있고, 이는 전적으로 기업의 임무다. 테슬라가 완성차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 입장에서 소통해주길 바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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