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한일전' 막 올랐다

이광영 기자
입력 2021.10.01 06:00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두고 치열한 한일전이 펼쳐진다. 주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에 투입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결점인 화재 위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K배터리 3사 모두 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의 전해액이 아닌 고체의 전해질을 사용해 발화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깝다.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치명적인 단점인 폭발 위험은 줄이고, 주행 거리는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래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인 셈이다.

도요타 전고체 배터리 장착 프로토타입 자동차 / 도요타 유튜브 채널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된 특허를 1000개 이상 출원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 중이다.

도요타는 9월 7일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의 모습을 공개했다. 자막을 통해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 장착 프로토타입 자동차"라며 "정식으로 번호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도요타에 따르면, 이 차량은 2020년 6월 처음 개발됐다. 도요타는 "당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능을 개선해나가고 있다"며 "고출력과 긴 주행거리, 짧은 충전시간을 실현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2020년대 전반에 실용화한다는 기존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도요타는 이 투자를 통해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충해 탈(脫)탄소화로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UCSD가 공동 개발한 상온 구동 장수명 전고체 전지의 충전 진행 과정 / LG에너지솔루션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충·방전 수명이 500회 이상인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알리며,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UCSD)와 공동 연구로 기존 60도 이상에서만 충전이 가능했던 기술적 한계를 넘어 상온에서도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9월 24일 밝혔다.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중 상온에서 충방전 수명이 500회 이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적용한 기존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온도에 민감해 60도 또는 그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만 충전할 수 있는 데다 느린 충전 속도가 한계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의 음극에서 도전(導電)재와 바인더를 제거하고 5㎛(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입자 크기를 가진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리튬이온을 품을 수 있는 용량이 10배 커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전고체 배터리는 500번 이상의 충전과 방전 이후에도 80% 이상의 잔존 용량을 유지하고,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도 40%쯤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2027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목표다. 2023년 휴대폰 등 소형 앱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토 타입을, 2025년 전기차 등 대형 앱에 탑재 가능한 프로토 타입을 각각 선보인 후 2027년 전고체 배터리 대량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주도로 전고체 전지 상용화의 핵심 과제인 ‘덴드라이트(Dendrite·수지상결정)’ 생성을 억제하는 원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냈다. 덴드라이트 현상이 나타나면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여 배터리 분리막을 서서히 훼손시켜 배터리 수명·안전성이 낮아진다. 삼성종합기술원은 2020년 3월 덴드라이트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양산하는 첫 전고체 배터리가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900㎞에 달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3월 1회 충전으로 800㎞ 이상,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중 하나인 리튬메탈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 인력 충원에도 적극 나서는 등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6월 문승욱 산업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은 2023~2025년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상용화는 2030년이 돼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