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안정적인 오너십을 굳힌 데 이어 국내 게임사를 우군으로 얻으며 든든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로써 오랫동안 진통을 겪은 데일리금융그룹(현 고위드)과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차 대표는 특정금융법상 신고수리를 앞두고 불필요한 지배구조 이슈를 털어내는 동시에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코인원과 게임빌은 대체불가능토큰(NFT) 분야에서 신사업을 위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게임빌은 세 차례에 걸쳐 코인원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4월 차명훈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더원그룹으로부터 코인원 주식 13%를 312억원에 취득했다. 6월 약 90억원 가량의 지분을 매입한데 이어 지난달 29일 539억원으로 고위드로부터 21.96%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게임빌은 총 944억원으로 38.43%의 지분을 매입해 오는 2022년 1월 4일 코인원 2대 주주에 오른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코인원 첫 주인 데일리금융그룹, 옐로모바일 등장으로 내홍 시작

게임빌 합류는 코인원에 새로운 시작이자 과거와 단절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코인원은 설립 이후 줄곧 최대주주와 마찰을 겪으며 사업 확대에 발목을 잡혀왔다. 주주사와 사업 시너지는 고사하고 되레 모회사에 자금을 대며 창구 역할을 해야 했다. 코인원보다 2년 늦게 시작한 업비트가 카카오의 안정적인 초기 지원으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된 것과 비교하면 주주 운이 없었던 셈이다.

코인원과 데일리금융그룹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차명훈 대표는 2014년 300만원으로 코인원 운영사 디바인랩을 설립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던 차에 국내 핀테크 기업 데일리금융그룹이 코인원을 15억원에 인수하면서 양사의 인연이 시작됐다. 차명훈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코인원 지분 전량을 넘기는 대신 데일리금융그룹의 지분을 제공 받았다.

코인원이 지배구조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한 건 2017년 엘로모바일이 데일리금융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데일리금융그룹 창업자와 임직원이 회사를 떠났는데 코인원의 이사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임진석 옐로모바일 이사, 신승현 데일리금융 대표 겸 사내이사가 코인원 등기이사로 취임하면서 경영권을 장악했다.

옐로모바일은 모바일 스타트업과 벤처 연합군을 표방한 기업으로 당시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자회사를 현금창구로 이용했는 데 그 중 하나가 코인원이다. 옐로모바일은 코인원으로부터 총 270억원을 빌려 복층유리생산설비 제조업체인 아이지스시스템의 지분을 매입했다.

차명훈 대표, 지배구조 흔들리는 틈에 코인원 되찾기 총력

이 과정에서 차명훈 대표에게 지분 확보 기회가 찾아왔다. 데일리금융그룹이 펀드온라인코리아(FOK) 인수에 실패하면서 옐로모바일과 옐로모바일에 돈을 빌려준 계열사 간 갈등이 드러나면서다. 디에스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도 약 270억원의 대여금을 갚으라고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자금난에 시달린 옐로모바일은 막판에 데일리금융그룹 인수에 실패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잃었다.

옐로모바일의 경영권이 약해지자 차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데일리금융 지분을 팔아 코인원의 유상증자에 참여,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더원그룹을 통해 코인원의 지분 28.87%를 추가 확보하며 5년 만에 최대주주 지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나아가 올 초에는 지분 19%를 또 다시 사들여 오너십을 공고히 했다. 이 중 일부를 게임빌에 넘겨 현재 54.47%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너십은 되찾았지만 대여금은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옐로모바일과 마무리는 좋지 못한 상황이다. 코인원에 따르면 옐로모바일은 2019년 상반기 62억원을 상환한 데 이어 지난해 11억원 상당의 데일리금융그룹의 지분을 제공한 데 그쳤다.

현재 옐로모바일이 존속이 어려운 상황으로 코인원은 나머지 187억원은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전액 손상처리했다. 같은 해 코인원 매출이 331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NFT 강화하는 게임빌, 코인원과 전방위 협력 기대 ↑

현재 코인원의 사내이사는 차명훈 대표와 이양 CFO(chief financial officer, 자금 총괄 책임자)가 맡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김항기 알펜루트자산운용 대표다.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 게임빌이 의결권을 행사하면 코인원 이사진이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영권 확보를 통한 화학적 결합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는 게임빌과 코인원의 시너지 창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양사의 NFT 사업이 주목을 끈다. 게임빌은 이미 NFT 거래소를 개발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구성하는 한편, 자체 NFT 게임도 출시할 예정이다. 가상자산과 게임이 결합한 ‘블록체인 게임 이코노미’ 구현 사례가 등장하면서 게임빌도 변화에 보조를 맞추겠 복안이다. 특히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방식이 주목을 끌면서 이용자의 캐릭터를 거래할 수 있는 NFT가 필수 요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스카이 마비스의 엑시인피니티와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이 보여준 성공적인 구현사례가 이를 잘 나타낸다.

게임빌은 코인원 투자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가상자산 플랫폼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블록체인 기반 신규 사업분야에 진출하는 한편 게임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다만 차명훈 대표가 신사업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비즈니스 모델이 분명하고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사안에 한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코인원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옐로모바일이 코인원에게 돈을 빌린 시점부터 악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상황에서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없던 점이 아쉬운 대목"이라며 "옐로모바일과 고위드가 추구하는 방향은 전통금융이다. 정부 규제가 강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게임빌이 고위드보다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양한 안건에 대해 논의가 진행될 텐데 이미 오랫동안 최대주주 이슈를 안고 온 코인원 입장에서 매우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진단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