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멜 깁슨 주연의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닉은 잘나가는 광고기획자다. 여성을 위한 제품 광고에 성공하기 위해 그들을 이해고자 직접 '여자가 되어 보기'로 결심한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욕실 바닥에 넘어지는 낙상 사고를 당한 후, 주인공은 주변에 있는 여성들의 속마음이 다 들리는 신기한 초능력을 얻게 된다.

일종의 텔레파시로 감지하는 것인데, 여성들의 마음을 꿰뚫게 되면서 겪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흥미로운 영화다. 그 중 공원에 있는 주인공을 여학생들이 단체로 가로질러 통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닉은 수많은 여학생의 속마음을 한꺼번에 듣게 되면서 당혹스러워 한다. 한 사람의 속마음을 텔레파시로 듣는 것도 부담스러울 텐데, 단체로 오는 각기 다른 여학생의 속마음이 한 번에 들리는 것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영화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의 한 장면 / 유튜브 생각훈련 - 영화 리뷰 Train Your Thought 갈무리
영화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의 한 장면 / 유튜브 생각훈련 - 영화 리뷰 Train Your Thought 갈무리
약간 비약일 수 있겠지만, 영화 장면과 같이 많은 수의 가입자로부터 오는 신호를 5G 네트워크에서는 동시에 서비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스포츠 의류 분야에서 운동복과 운동화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하여 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예를 들면 운동하는 사람의 체온, 심박수, 동선, 속도 보정정보 등)를 수집해 네트워크로 보내고, 이를 통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영화 장면에서 닉이 마치 5G 기지국의 입장에 있다면, 단체로 달려오는 학생들 옷에 부착된 다수의 IoT 디바이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송신하고, 기지국은 이렇게 많은 가입자의 데이터를 받아서 처리해 주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디바이스는 생활 곳곳에 존재한다. 추석이나 설 명절 기간 대이동이 이뤄지는 고속도로를 생각해 본다면, 추후 많은 컨넥티드카가 달리거나 정체되어 있을 경우, 각 차량별 데이터를 네트워크에서 처리하는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네트워크에서 모든 차량을 수용하지 못해 일부 차량이 네트워크와 단절된다면 어떻게 될까? 고속도로 상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5G 네트워크가 충족하려는 IMT-2020 요구조건 중 많은 수의 가입자를 네트워크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그 수가 무려 1제곱킬로미터의 면적당 1백만개의 단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말은 이동통신 가입자의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IoT 단말을 포함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단말을 네트워크에서 수용하여 서비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5G의 중요한 기술의 축 중 하나이다. 이것을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는 mMTC (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s)라고 명명한다.

mMTC 이외의 두번째 기술 축은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많은 수의 단말이 네트워크에 접속하게 되면서 흐르게 되는 데이터 양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설령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단말수가 그다지 많지 않더라도 5G에서 추후 구현하려는 가상/증강 현실 기반의 상호 소통, 현실감 높은 원격 현실 등의 서비스 등은 단시간에 많은 정보량의 전송을 필요로 할 것이다.

특히 초고화질 가상 현실의 경우 실제와 거의 구별이 불가할 정도의 체감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한 데이터가 전송되는 파이프가 상당히 커야 한다. ITU는 이러한 기술을 eMBB(enhanced Mobile Broadband)라고 한다. 향상된 이동 광대역 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상습교통정체 도로에서 도로폭을 넓히게 되면 트래픽이 원활해지는 것처럼, 이동통신에서도 무선 주파수 대역폭을 넓히고, 안테나 개수를 늘리는 등 몇 가지 방법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게 된다.

이러한 eMBB를 통해 단순히 대용량 파일을 다운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4G LTE망에 비해 얼마로 줄어들 수 있는지도 의미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고속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게 되므로 기존에는 불가했던 서비스들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축은 고신뢰성 및 초저지연 (Ultra-Reliable & Low Latency) 통신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안정성을 보장하며 상황에 맞게 탄력적이고 순간 연결성이 필요한 경우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용량, 대기 시간 및 가용성과 같은 기능의 필요 요구 사항이 엄격히 준수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산업계의 제조 혹은 생산 공정의 무선 제어, 원격의료 진료, 안전한 운송 등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이를 통해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던 V2X(Vehicle to Everything)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다시 영화장면으로 돌아가 본다면, 학생들의 운동복에서 나오는 수많은 데이터는 일반적인 Massive communication IoT의 범주에 속한다. 이 범주의 특징을 살펴보면, 비용이 적게 들고 에너지 소모가 적다. 그리고 데이터 전송량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고신뢰성 및 초저지연 (Ultra-reliable & Low Latency) 통신의 경우 이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즉 데이터 전송 중 에러율이 매우 낮아야 하는 신뢰성이 필요하고, 언제나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가용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게다가 단말과 애플리케이션 서버 간의 종단간 지연 시간이 매우 짧아야 한다.

이상으로 5G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세 가지 기술의 축인 eMBB, mMTC, Ultra-reliable & Low Latency communications(URLLC)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세 가지 축은 독립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서비스에 따라 복합적으로 쓰이게 된다. 아울러 이러한 5G의 세 가지 기술 축은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의 기본적인 슬라이스 구분 기준이 된다. 기존에는 없었던 다양한 이동통신 서비스들을 가능하게 이끄는 ‘삼두마차’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MBB, mMTC ,URLLC. 이 세 가지는 5G의 핵심단어라고 할 수 있겠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창범 칼럼니스트는 2000년부터 이동통신 네트워크 제조사에서 근무하며 2.5세대 이동통신부터 5G 이동통신 시스템까지 연구개발 혹은 상용화 업무에 종사해왔으며, 아울러 클라우드 차세대 인프라 관련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저서로는 ‘5G 이동통신 입문 -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 공역서로 ‘5G NR - 차세대 무선기술’ (도서출판 홍릉)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전파공학을 전공하였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도 5G 네트워크 시니어 솔루션 아키텍트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으로써의 5G의 역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