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설치작품의 역대 경매 거래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유하려 한다.

설치작품은 우리가 흔히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이나 경매 결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설치작품 경매 거래 데이터 분석은 회화나 여타 유동성 및 환급성이 높은 작품들에 대한 분석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설치작품은 1998년부터 2021년까지 총 32명의 작가의 131작품이 193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다. 이는 지난 21년간 약 62회의 재거래가 시도되었음을 시사한다. 9월 29일 칼럼에서 논의했던 서예작품의 경우 총 407명의 작가의 1811작품이 2012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음을 감안하면 설치작품이 상대적으로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임을 알 수 있다.

1998년부터 2021년까지 거래된 설치작품들의 낙찰가 평균은 1140만원이었고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2017년 5월 28일 서울옥션의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홍콩경매’에서 약 6억6000만원에 거래된 백남준 작가의 ‘Stag’이다. 이 작품의 최대 추정가는 약 1억5000만원이었고 최소 추정가는 약 2억5000만원이었기에 낙찰가가 최대 추정가를 한참 상회했다.

백남준 작가의 ‘Stag’는 MBC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서 빅뱅의 멤버인 태양이 소유하고 있어 더 유명해진 작품이다. 수사슴이란 뜻을 가진 이 작품은 1996년 제작됐으며 여성의 나체가 작품 속 영상에 담겨있는 TV 모니터 네 개로 만들어진 사슴 모양의 작품이다.

다음 표는 설치작품들의 연간 총 낙찰액 추이를 나타낸다.


./ 출처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 출처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위 표를 보면 설치작품들은 2006년, 2007년, 2015년, 2017년 그리고 2018년에 총 낙찰액이 높았던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에 낙찰된 22억원 중 6억6000만원은 ‘Stag’의 거래가 차지했으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설치작품들의 거래액이 16억원이었기에 2017년 또한 거래금액이 높은 해로 볼 수 있다.

경매 전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가 발표되며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의 차이가 클수록 작품의 가치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컨센서스 밴드의 크기는 전문가들이 판단한 작품 가치의 불확실성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표는 설치작품들의 컨센서스 밴드 추이를 나타낸다.


./ 출처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 출처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같은 기간 동안 최대 추정가를 최소 추정가로 나눈 컨센서스 밴드는 2001년의 1.17에서 2015년의 2.2 사이에서 변화했고 2014년까지는 1.17에서 1.8 사이를 오가다가 2015년을 기점으로 컨센서스 밴드의 레벨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전문가들의 설치작품에 대한 낙찰가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이 2015년부터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15년 전문가들의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는 2016년의 7억8000만원 거래를 제외하면 2015년부터 설치작품의 거래액이 늘어난 것과 일치한다. 이러한 추세는 설치작품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 늘어나면서 전문가들이 정확한 낙찰 가격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는 반증이 될 수 있다.

설치작품 경매의 경우 총 193건의 경매 중 40.1%인 77건이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 사이에서 낙찰됐다. 59.9%인 115건의 경매는 유찰되거나 추정가 범위 밖에서 낙찰됐다.

이번 칼럼에서는 설치작품의 경매데이터를 이용해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칼럼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논의하도록 하겠다.

이번 칼럼을 위한 데이터 분석과 해석을 도와준 아트파이낸스 그룹의 데이터 분석 담당, 류지예 팀장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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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