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추천받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개인 맞춤형으로 책을 추천받는 비공개적 방법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공개적 방법이다. 전자에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내 취향과 상황에 알맞게 추천하는 방법이 있고, 후자에는 시중 서점에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이 해당한다. 그 중 베스트셀러는 책을 추천받는 가장 일반적이고 쉬운 방법으로, 많은 사람이 기꺼이 돈을 지불한 결과물이란 점에서 나름의 공신력을 지닌다. 사람들은 가치있는 곳에 돈을 지불하고, 베스트셀러는 그런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니까.

현재 대형 서점은 저마다의 베스트셀러를 공개하고 있다. 대개 순위를 매겨 공개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서점마다 상이하다. 서점을 이용하는 독자 취향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 통합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시중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직접 비교해보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개략적인 비교이기에 정확한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최근에 긍정적 변화가 생겼으니 그건 바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등장이다. 시중 서점이 축적한 지난 수십년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된 베스트셀러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개 교보, 영풍, 예스24 등 대형서점의 메타데이터를 수합한 것인데, 이후에는 중소형 오프라인 서점(대략 5개 포스 시스템 사용)의 판매정보까지 더해지면 국내에서 가장 정확한 베스트셀러 정보가 공개될 예정이다.

물론 베스트셀러 정보를 맹신하기에는 주의할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베스트셀러 정보는 출판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독자의 관심사 추이를 가늠하기에 가장 적합한 정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다만 아직 아쉬운 점은 매출액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을 우려한 출판·유통계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은 1위부터 50위까지의 베스트셀러 정보를 순위가 아닌 가나다순으로 공개하고 있다.

뭐가 그렇게 걱정되기에 베스트셀러 순위를 공개하지 못하는 걸까. 마치 제대로 평가하지 말고 두리뭉실하게 다 같이 잘 살자는 마음가짐으로 보인다. 시장에서의 선호나 경쟁을 신뢰하지 말자는 것일까. 시장이 중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판·유통업계는 독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보다는 공급자 마인드가 더 중요한가보다. 독자가 좀 더 완성된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출판·유통계의 전향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최근 출판사가 저자의 인세를 제대로 정산하지 않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로 출판계가 따가운 의심의 시선을 받는 상황.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절실하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