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특히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역학 관계를 놀라운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의 숨은 확장 전략을 낱낱이 분석한 전작 『플랫폼 제국의 미래』으로 주목받은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책 『거대한 가속』(리더스북)을 통해 그 ‘속도'에 주목한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개인과 사회, 비즈니스의 모든 추세가 10년 앞당겨졌다고 주장한다.

2020년 8월 애플의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최초로 2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해 3월에 있었던 글로벌 증시 폭락 이후 5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이었다. 애플이 시가 총액 1조를 달성하는데 42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엄청난 결과였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5개 기업 역시 2020년 중반에만 시가총액이 1조10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단 8주 만에 10년 치 성장세를 이뤄낸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예약, 엔터테인먼트, 항공사, 크루즈 및 카지노, 호텔 및 리조트를 뜻하는 이른바 ‘BEACH’ 종목의 주가는 같은 기간 평균 50~70% 하락했다. 저자는 이런 결과를 단순히 팬데믹에 살아남기 쉬운 비대면 업종의 수혜로 단정짓지 않고 ‘과잉 수정' ‘개인정보의 프리미엄화' ‘자본의 경량화'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거대한 가속
스콧 갤러웨이 지음 | 박선령 옮김 | 리더스북 | 280쪽 | 1만7000원

#10줄서평 #1장 빠르게 재편되는 비즈니스 판도

1. 지난 10년 동안 시장은 기업 가치를 결정할 때 이윤보다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우선시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블리츠스케일, 즉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2. 팬데믹 시대에는 현금이 왕이다. 비용 구조는 새로운 산소포화도 수준과 같다. 재무제표가 탄탄하다는 말은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자본이 있다는 뜻이다. 현금이 있고 부채가 적거나 채무 비용이 낮으며, 고부가가치 자산이 있으면서 고정비용도 낮은 기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3.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로 향하는 길이 아무리 좁더라도,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좌우명은 ‘과잉 수정'이다. (...) "필요한 걸 다 갖춘 뒤에야 비로소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면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비상 경영 상황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 올바른 일이 아니다. 속도가 완벽함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문제는 다들 자신이 실수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4. 2020년 6월에 마이크로소프트는 4억5000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스티브 발머 시대의 유산인 오프라인 소매 사업을 접기로 하는 등 향후 비용 절감을 위한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죽은 나무는 깨끗이 치워야 한다. ‘반쯤' 은퇴한 상태인 창업자의 고급 사무실을 치우고, 로비에 비치해둔 불필요한 잡지 구독을 취소하고, 출장과 야식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긴축 재정에 돌입해야 할 때다.

5.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헬스클럽 회원권보다 반려동물용품이 더 환영받을 수도 있고, 어쩌면 유연한 재택근무가 가장 반가운 복지제도일지도 모른다. 직원들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건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위기를 거치면서 떨어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도 좋다.

6. 어떤 기업이든 지금은 과거에 배운 것을 잊고 코로나 이후에 다가올 세상에 맞춰 새롭게 자리잡기 위해 힘든 변화를 이루어야 할 때다.

7. 긱 경제는 착취적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긱 경제는 필요한 자격증이 없거나 전통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서 정보 경제에 발을 들이지 못한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8. ‘재택근무는 사람을 느슨하게 만든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초기 데이터를 보면 적어도 일부 기업에서는 재택근무 덕에 생산성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9. 승진은 퇴근 후 함께 술을 마시거나 즉흥적으로 점심을 같이 먹는 등의 직접적, 비공식적 의사소통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회사 출근은 누가 최우선적 승진 대상인지, 누가 경영진과 가장 친하고 편한 관계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을 회의나 비공식적 의사소통, 승진 결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업무 일정이 아닌 실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10. 원격 근무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일자리의 60퍼센트는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것인데 비해 연봉 4만 달러 미만의 일자리 중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은 10%에 불과하다. 이는 팬데믹이 소득수준의 불평등 효과에 크게 기여한다는 증거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