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손잡고 해외직구족을 공략 중인 11번가가 최근 주삿바늘 등 미인증 의료기기에 이어 성인상품 관리에서도 헛점을 보였다. 일부 성인 제품은 이용자가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여과없이 페이지에 나왔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상품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노출되고 있는 성인향 상품 일부 / 11번가 갈무리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노출되고 있는 성인향 상품 일부 / 11번가 갈무리
11번가는 8월 31일부터 미국 아마존서 판매되는 상품을 손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SKT의 우주패스와 결합해 해외배송비를 무료화 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서비스 론칭 1주일(8월31일~9월6일)만에 해외직구 거래액 규모가 전월 동기 대비 3.5배 늘어 나는 등 성과도 냈다.

하지만, 11번가는 국내 판매 허가를 받지 않은 의료기기나 유아용 장난감 등을 직구로 판매하는 등 상품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서비스 초기부터 일부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아마존의 성인 상품도 그대로 노출된다. 일부 제품 정보에 나온 선정적인 이미지는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다. 미성년자 보호에 취약한 셈이다.

11번가는 문제가 되는 해외직구 상품의 노출을 적극적으로 막고있다는 입장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아마존과 협력해 한국서 판매가 안되는 상품과 국민정서·문화상 노출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은 최대한 필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11번가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국내 미인증 상품과 성인용 제품을 완벽하게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상품 가짓수가 방대하고 연령제한 기준도 미국과 한국이 달라 선제적 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e커머스 업계는 아마존을 ‘상품 정글'이라고 평가한다. 아마존의 상품 개수는 2017년에 이미 4억개를 넘어섰다. 3억명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판매자가 서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탓에 정확한 상품 수 집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쿠팡, G마켓 등 해외직구 서비스를 운영하는 국내 오픈마켓도 11번가와 똑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널리 알려진 검색 키워드 외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 통용되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고스란히 성인향 제품이 노출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해외직구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전면개정안과 관계없이 오픈마켓 사업자가 국내 미인증 상품과 성인향 제품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다만 미국과 기준 및 제한 잣대가 다른만큼 선제적으로 완벽하게 문제 상품을 필터링하는 것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