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사양 다른 GV60은 생산제약 無

제네시스가 지속적인 12.3인치 계기판(클러스터) 부품 공급 부족에 시달린다. 12.3인치는 GV70과 GV80 등 제네시스 주요 모델의 하이테크 패키지에 포함되는 사양이다. 고객이 하이테크를 선택하면 기존 8인치 클러스터가 12.3인치 3D 클러스터로 변경된다. 지능형 헤드램프 등도 추가된다.

GV70·GV80 납기는 주요 옵션에 탑재되는 부품 공급 지연으로 계속 지연된다. 3개월전과 비교해 적체물량도 더 늘었고, 납기 지연 예상기간도 2배쯤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는 반도체 대란의 직격탄을 맞았고, 소비자의 기약없는 기다림만 계속된다.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제네시스 SUV GV70 / 제네시스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제네시스 SUV GV70 / 제네시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80은 계약 신청시 납기까지 최소 4~7개월쯤의 인도지연을 기다려야 한다. 10월 1일 기준으로 출고 적체량은 GV70이 1만5500대쯤이며 GV80도 1만6100대쯤이다.

GV70의 경우 7월 기준 1만2300대쯤 출고 적체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3개월 사이 3000대이상 출고적체가 늘었다. 당시 2개월 쯤으로 예상됐던 인도 지연 기간도 추가로 2배이상 늘었다. 납기 지연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빠른 출고·차량 수령을 위해 리스·렌트를 타진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GV70과 GV80이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는 클러스터 공급 부족이다. 두 차종은 자동차 부품기업 콘티넨탈에서 양산하는 12.3인치 오토스테레오스코픽(무안경 방식, 3D 안경 없이 디스플레이 내 사물을 3차원으로 구현) 클러스터를 탑재하는데, 콘티넨탈 등 자동차 부품 기업은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계기판에는 다른 디스플레이 제품처럼 비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 삽입된다. 스마트폰·TV 등도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공급받지만, 자동차 부품은 더 공급문이 좁다. 가전용 반도체보다 고전압인 탓에 요구하는 신뢰성도 높고, 자동차 업계의 늘어난 수요량을 감당할 정도로 반도체 기업별 케파가 크지 않은 탓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TV와 스마트폰 등 생산수요도 더 많고 기업 관계가 상대적으로 평등한 IT·가전업계 디스플레이 반도체 공급에 더 힘쓸 수 밖에 없다"며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이 요구하는 신뢰성도 높아 대체사를 찾기 쉽지 않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GV70·GV80이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첫 전용전기차 GV60은 생산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V60은 12.3인치 클러스터를 기본사양으로 갖추고 있는데, GV70·GV80과 달리 통합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만큼 정상 출고가 가능하다.

제네시스 한 관계자는 "GV60은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따로 떨어진 GV70이나 GV80과 달리 두 부분을 합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며 "GV70과 GV80과 달리 탑재되는 사양이 다르다보니 12.3인치 공급부족 문제로 인한 생산 지연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