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가 부상하면서 유통기업뿐 아니라 네이버와 틱톡, 아프라카TV 같은 플랫폼 기업도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운영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2조8000억원으로 7배쯤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는 2023년까지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쇼플은 라이브커머스 시장 형성 초창기에 이 같은 성장세를 내다보고 빠르게 진입한 스타트업이다.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홈쇼핑식 상품 설명 방식에서 그치지 않았다. 콘텐츠 차별화를 위한 예능형 스토리를 적극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그 결과 라이브커머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하는 틱톡과 손을 잡은 것은 물론, 아프리카TV, 티몬, 네이버와도 손잡으며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쇼핑 카테고리별로 방송 시리즈를 사전에 계획하고 관련된 브랜드를 예능 형식으로 소개하는식의 차별화도 꾀한다.

IT조선은 변재영 쇼플 대표(CEO)를 만나 성장 스토리를 들어봤다.

변재영 쇼플 대표이사 / 이은주 기자
변재영 쇼플 대표이사 / 이은주 기자
―창업 스토리가 궁금하다.

"쇼플 창업 전에는 마케팅 관련 일을 했다. 해당 기업의 인지도와 소비자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일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 이후 사업이 어려워졌다. 급작스럽게 위기가 왔다. 그러던 어느날 TV 광고를 보다가 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광고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고객이 매우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좀더 편리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TV광고를 접하고 이를 찾는 과정이 좀 번거롭지 않나? 나아가 TV광고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 커머스가 함께 결합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콘텐츠와 커머스 간 결합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는 의미인가?

"맞다. 처음 아이디어는 광고였지만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 수단은 훨씬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구매 행위는 광고뿐 아니라 앞선 고객이 남긴 후기에 의존해 일어나는 경우가 잦아서다.

다만 문제는 후기의 질이다. 상품을 파는 공간에 모여있는 후기는 별점이나 포인트를 얻기위해 후기를 위한 후기인 경우가 잦다. 만약 상품의 정확한 정보를 담은 후기를 콘텐츠로 누적해 제공하고, 후기를 통해 연결된 커머스 수단도 제공하면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쇼플의 출발이다. 후기 콘텐츠가 누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과 고객이 쇼플에 모이도록 하는 곳을 구상했다."

―지금은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 제작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 쇼플이 지향하는 목표나 사업모델은 후기 콘텐츠 플랫폼이다. 다만 지금은 그 과도기 과정에서 라이브커머스 콘텐츠 제작에 매진하는 단계다"

―라이브커머스 콘텐츠 제작에 역점을 둔 건 언제부터였나.

"2020년 10월부터다. 우연한 계기였다. 초반에 쇼호스트와 배우를 방송과 연결하는 일종의 에이전트 역할도 겸했었다. 그런데 한 방송을 계기로 쇼호스트를 라이브커머스 방송과 연결해 주면서 콘텐츠, 쇼핑, 커머스를 연결하는 이 시장의 성장세를 예감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으로 생각한다. 전공이 영화 예술이다. 공연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10년쯤 했다. 여기에 브랜드 마케팅을 경험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 노하우와 쇼호스트 연결 풀, 콘텐츠 기반 플랫폼 구축 사업모델을 위한 징검다리로서 라이브커머스 콘텐츠 제작에 매진하면 경쟁력을 여러모로 쌓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쇼플이 후기 공유형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커머스 방송을 우리만의 노하우로 즐겁게, 이색적으로 제작하는 것. 그것이 출발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불과 1년 만에 티몬, 틱톡, 아프리카TV, 네이버와 함께 일하는 스타트업이 됐다.

"마침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시작됐고, 저희는 그 시장안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흐름이 맞았다고 본다.

지금 이커머스 기업은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소비자는 현명해졌다. 라이브커머스를 보고 단순히 상품이 저렴해서 구매하거나 설명이 좋아서 구매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라이브커머스가 ‘특가 찬스'를 주는 공간만으로 기능하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저희는 브랜드별로 스토리를 입히고,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그 콘텐츠 자체를 예능처럼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넣었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 일을 해본 광고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연결이 일어나면서 빠르게 주목을 받게 되는 듯 하다."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

"작년에 디자인하우스라는 매거진 기업과 함께 일하게 됐다. 잡지 광고가 둔화된 상황에서 디자인 하우스 광고주와 함께 라이브커머스 콘텐츠를 제작했다. 광고주 방송을 잘 만든 것이 중요한 레퍼런스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OK캐쉬백을 운영하는 SK플래닛과 유튜브 기반 광고 제작 등을 함께 했다. 점차 더 다양한 기업과 함께 방송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콘텐츠 제작 경쟁력이 시장에 알려졌다.

보통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세로형으로 배경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소규모 제작사는 스튜디오 외에 배경을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런 단점들을 보완했다.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방송 노출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축했다. 그렇게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면서 평판이 누적됐고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은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있나.

"티몬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위한 ‘배달하거나 가보거나'(배:가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을 위한 방송 콘텐츠 제작도 티몬과 논의 중이다.

아프리카TV에서는 ‘빨간 수요일'이라는 방송을 진행한다. 성인 여성 시청자를 대상으로 건강한 성생활 정보를 제공하며 관련 상품을 판매한다. 올해 12월까지는 3~4개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방송은 모두 시즌제로 구성된다. 사전에 판매할 브랜드 상품 라인업을 미리 구축해 편성을 해야 안정적으로 역량을 안배할 수 있어서다."

―라이브 콘텐츠 제작은 쇼플이라는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핵심 수순인듯 보인다.

"맞다. 쇼플이라는 후기 콘텐츠 누적 플랫폼을 잘 보여주고자 한다. 플랫폼에 사람이 모이도록 하려면 여러 유저가 모인 곳에서 쇼플을 알려야 한다. 티몬 등 유통사와 협력하고 커머스 콘텐츠를 노출하고 있다. 이용자가 모이지 않으면 아무리 플랫폼 아이디어가 좋아도 기능면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올리는 후기를 양질의 콘텐츠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업 전환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양질의 후기를 올려준 고객에게 유의미한 데이터로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전환 모델을 만들면서, 쇼플 플랫폼에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진 다양한 것을 해보고자 한다. 이런 플랫폼을 내년쯤 선보일 계획이다."

―예능형 커머스 콘텐츠라니.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다. 과도기적인 부분이 있다. 홈쇼핑과 달리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상품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퀼리티의 콘텐츠를 전하는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이동 중에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쇼호스트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선 힘들 수 있다. 그런 점을 모두 고려해서 소비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루하지 않도록 예능형 요소를 스토리에 입혔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느껴진다.

"궁극적으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놀이터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아직은 방송 제작 단계지만 커머스 콘텐츠 플랫폼을 추구하려고 한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더 많은 투자도 필요하다. 구성원과 장기적인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이야기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어쨌든 많은 고객이 즐거워하는 질 좋은 커머스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