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 게임 이슈는 상반기 이용자 불신으로 트럭시위를 촉발한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다. 이를 둘러싸고 업계와 학계, 정치계가 찬반 논란으로 팽팽하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옹호하는 편에서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지진다며 ‘신(新) 규제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10월 1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 이상헌 의원실
10월 1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 이상헌 의원실
7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은 국감 일정 중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자율규제가 타당한지 게임법을 개정해 확률형 아이템을 강제로 규제해야 할지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14일 게임물관리위원회와 21일 종합 국감에서 관련자를 증인으로 채택해 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잘 이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다루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동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21일 예정된 종합 국감에서 넥슨 임원과 실무급 관계자 2명을 증인으로 채택키로 했다. 그는 게임 메이플스토리 내 ‘환생의 불꽃’ 아이템 확률 조작에 대해 질의하고, 넥슨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이행력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국감서 반복되는 ‘확률형 아이템’ 이슈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금액(현금 또는 금전대체물인 게임머니 포함)을 지불해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체적인 종류나 효과, 성능 등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없다. 개봉 또는 사용할 때 우연적 요소(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자 사이에는 일본식 표현인 ‘가챠’로 알려져 있다.

2004년 국내 처음 등장한 확률형 아이템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진화해 이중가챠, 컴플리트가챠 등 다양한 변종이 유행하고 있다. 이중가챠는 기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나온 결과물을 일종의 재화로 활용해 또 다른 상위등급 아이템을 뽑는 방식이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오는 재화들을 모으면 보상으로 또 다른 아이템을 주는 것을 말한다.

확률형 아이템이 꾸준히 발전하면서 게임 이용자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알수 없는 확률에 따른 도박성은 물론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비용이 문제 때문이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와 관련해 자율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최근 협회는 개정안을 내고 12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자율규제로 충분 VS 법 개정 불사해야

게임 업계는 자율규제 개정안이 12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특히 자율규제 대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을 개정해 확률형 아이템을 강제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지훈 한국게임학회 법제도분과위원장(서원대 교수)은 "법적 규제를 도입하는 건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에 좋지 않다"며 "업체가 자율규제를 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사회의 시선을 스스로 타파하는데 더 도움될 수 있어 이 자체로 의미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고 그를 따르지 않았을 때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5월 27일 발표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을 개정을 바탕으로 자율규제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1일 문체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문체위 국감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이행력·담보력 확인을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은 "자율규제를 중점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사회적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게임학회 일부 교수와 정치권은 법적 규제 내용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 통과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시행되는 자율규제가 정확한 확률 공개가 불가할 뿐 아니라 규제를 우회적으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대상은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출시할 때 유료와 무료 아이템 결합하는 방식으로 2중, 3중의 아이템 뽑기 구조를 만들면 규제에 해당되지 않아 정확한 확률을 공개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를 이유로 게임법 개정안을 속히 통과시켜 최소한의 규제 근거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등 비즈니스 모델(BM) 문제 관련 참고인으로 1일 국감에 출석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확률 공개는 1차적 대안이다"라며 "게임사 회생과 발전 방안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자율규제보다 더 높은 단계의 규제인 사행성이 높은 확률형 아이템의 ‘청소년 결제 금지’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엔씨소프트의 리지니M과 트릭스터M의 예시를 들었다. 그는 "두 게임이 12세와 18세 이용가로 나눠 출시됐지만 공통의 서버를 사용해 청소년과 성인이 한 곳에 모여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