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메시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우리의 눈길이 머무는 곳 어디든 메시지를 쏟아 내고 있다. 그런 탓에 우리의 뇌는 오래전부터 필요 없는 메시지를 걸러 내는 데 최적화됐다. 이런 형세에서 기업이 문자 언어로 고객과 소통하는 활동을 통틀어 ‘메시지’라고 한다.

타깃 고객에게 통할 전략적 무기가 되는 메시지를 잘 뽑아내기 위해 ‘메시지(말)에 메시지(사상)를 담는 메시지(내용)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은 기업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잘못 노출된 메시지가 대중의 질책을 받고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떨어뜨린 사례는 너무도 많다. ‘고객 경험을 위한 UX 라이팅’이 중요한 이유다.

메시지업에서 잘 몰랐다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이 없고, 바로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저자는 메시지를 바로 알고, 바로 쓰고 바로잡기를 바라는 기업의 메시지 생산자와 관리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UX 라이팅 시작하기
고객 경험 관리를 위한 메시지 가이드
권오형 지음 | 유엑스리뷰 | 164쪽 | 1만8000원

#10줄서평 #2장 바로 쓰다

1. 바르게 쓴 글, 알맞게 쓴 글, 잘 쓴 글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떤 글을 보거나 필자처럼 일로서 글을 볼 때 ‘이 글은 참 잘 썼다’ 할 정도로 괜찮게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다. 그러나 이를 명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같은 글을 봐도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2. 좋고 바른 글을 위해, 기업의 메시지 담당자나 관리자는 알아두어야 할 점이 참 많다. 특히 요즘 세상은 한 번 노출된 메시지는 언제든 누군가에 의해 캡처되거나 기록에 남는다. 수년이 지난 실수도 언제든 다시 화젯거리가 되니 더욱 조심스럽다. 메시지로 노출된 단어 하나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으니, 현재의 트렌드나 유행하는 밈 또는 말과 같은 이슈와 용어에 끊임없이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

3. ‘좋은 메시지란 무엇일까요?’라고 물으면 누구나 대답은 곧 잘 할 수 있지만, 같은 대답은 거의 없다. 어떤 이는 ‘가독성’, 어떤 이는 ‘구매 전환율’을 이끄는 것, 또 어떤 이는 ‘간결한 글’이라 말할 것이다. 이처럼 업무에 따라, 실무자마다 생각과 기준이 다르다. 목적을 달성하는 글, 흥미를 끌고 번뜩이는 재치로 크리에이티브한 글 등 모두 맞지만, 정답은 아니다. 정답을 알기 위해서는 해답지가 있어야 하듯 정답에 가까운 우리만의 기준, 즉 가이드가 만들어져야 한다.

4. 가이드는 작성자와 UX 라이터 모두에게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 준다. 이미 약속된 기준에 따라 적용하고 감수하면 되니 효율적인 관리가 된다. 가이드대로 진행하기만 해도 전략적인 글쓰기가 가능한 ‘작성 가이드’이자 메시지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인 셈이다.

5. 어떤 가이드에서나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제1원칙은 올바른 어법이다. 맞춤법과 바른 표기법을 벗어나면 메시지는 신뢰를 잃는다. 국립국어원의 허용 가능한 표현이나 미확정 표기는 내부적으로 통일해 노출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6. 누누이 말하지만, 한국어는 예민한 언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대화하는 데는 어렵지는 않지만 제대로 쓰려면, 자주 사용하는 용어의 표기조차 틀리기 쉽다. 같은 글자와 표현이라도 의미와 문맥에 따라 띄어쓰기가 다른 것이 한글, 우리말이다.

7. 사람마다 지식수준이 다르고, 메시지에 대한 이해의 속도와 정도에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직관적’이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실무에서는 메시지를 읽는 타깃의 지식수준을 초등학생 정도로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를 권한다.

8. 어려운 내용일수록 쉽게 써야 한다. 이 말은 더 쉬운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한자어와 외래어보다는 한글이 좋다. 우리만 이해하는 전문 용어나 사내 용어는 피하자. 꼭 써야 한다면 알기 쉽게 풀어 쓰거나 부가 설명을 첨부해야 한다. 고객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 쉽고 좋은 메시지다.

9. 버릴 수 없을 때까지 버려라. 더는 버릴 게 없다는 한계치에서도 한 번 더 버릴 게 있을지 봐야 한다. 정리정돈의 이야기가 아니다. 간결, 또 간결, 그리고 간결, 매 순간 메시지의 미니멀리즘에 도전해야 한다. 간결한 메시지의 필요성은 UX 라이터라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정석이자 기본이다.

10. 메시지에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는 기업의 메시지라면 더욱더 책임을 갖고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 생각을 입으로 전하는 말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말에 드러나는 그 사람의 개념에 실망하거나, 말 속 배려에 감동하는 등 우리는 상대의 말에 실망도 하고 흘리기도 한다. 입과 손에서 나온 말 한마디와 글자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힘이 있는지 항상 새겨야 한다. 입으로 뱉은 말과 손으로 쓴 글이 전달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메시지에 대한 책임은 오래 가기 때문이다.

하순명 기자 kidsfoca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