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초속도 디지털 전환 불변의 법칙

디지털 시대다. 기업에 있어 디지털 시대라 함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기술기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통 산업 분야라 하더라도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을 디지털화함을 뜻한다. 사실 대다수 기업은 이런 추세를 파악하고 나름의 시도를 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파일럿 연옥'(시범 운용만 수년째 반복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런 기업들을 위해 컨설팅 기업 맥킨지 소속의 저자들은 책 『초속도 디지털 전환 불변의 법칙』(청림출판)을 통해 나름의 해법을 선사한다.

먼저 해야할 일은 방향 설정.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아커 BP가 설립한 스타트업 코그나이트의 CEO 욘 마르쿠스 레르비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 먼저 초반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했듯이, 기업 내부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내부 가치를 파악해 제고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프로세스 자동화, 온라인 채널 추가, 기술 단순화, 교차 판매 증대를 위해 세분화된 고객 데이터 수집 등. 실제로 한 제약회사는 고급분석 기법을 활용해 임상실험 장소 선정 절차를 개선하면서 환자를 찾아내고 등록하는 시간을 15% 단축, 전체 비용을 10~15% 절감할 수 있었다. 이미 ‘가치 있는 영역’과 ‘가치가 창출될 영역'을 신중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 모델에는 크게 4가지 유형이 있다.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 최상위 리더 혹은 기업에 탄탄한 버팀목이 되어줄 직원들이 있거나, 핵심 사업이 실질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면 ‘핵심 전환’이 필요하다. 덴마크 통신회사 TDC는 3/4가량을 외부에 아웃소싱했던 B2C IT업무를 사내로 이전하면서 인재발굴에 성공해 첫 고객 80%로부터 경험 평가 만점을 얻었다. 저자들은 "핵심 전환에 이러한 접근 방식을 도입하면 노력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1년 이내에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업 인수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경험이 부족하고, 기존 기업 문화로는 디지털 사업을 육성하기 어렵다면 디지털 회사를 인수하는 게 효과적이다. 실제로 독일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어는 2011년부터 디지털 기업 열여섯 개를 인수해 유럽 최대 규모의 디지털 출판 미디어그룹으로 거듭났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업의 핵심을 전환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에지 전환’이 필요하다. 사내 각 분야의 기술 전문가가 모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출시를 진행하면, 그 결과물이 다시 주력 기업으로 전달돼 확장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디지털화에 적합하지 않은 산업이라면 맞춤형 웹사이트와 앱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한 글로벌 화학약품 유통업체는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를 과신하며 변화에 안일하게 대처해지만, 이후 막강한 경쟁업체가 나타나 큰 위기를 경험했다. 이때 위기를 돌파한 방법이 맞춤형 웹사이트인데, 고객 개인별 니즈에 맞는 제품 추천목록과 재주문 기능이 들어간 웹사이트와 앱을 개발하면서 기존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진행함에 있어 중요한 건 학습 불균형 해소다. 저자는 "모든 임직원이 필요한 때에 원하는 솔루션을 쉽고 빠르게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지식이 쉽게 전파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인센티브를 개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