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매출 1위를 달리는 반도체 부문에 힘입어 역대급 3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LG전자도 세계 매출 1위인 가전 부문 덕에 3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양사가 각각 라이벌 인텔과 월풀을 제치고 이뤄낸 성과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잠정 매출 73조원, 영업이익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9.02%, 영업이익은 27.94% 늘었다.

삼성전자 512GB DDR5 모듈 / 삼성전자
삼성전자 512GB DDR5 모듈 /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3분기(67조원) 기록을 1년 만에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였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수업, 재택근무 등이 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전자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호황을 맞았다.

증권가는 3분기 반도체에서만 1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망한다.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반도체가 책임진 것이다. 2분기(6조9000억원) 대비 3조원쯤 늘어난 것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은 2018년 3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반도체 매출 규모에서 인텔을 앞지를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은 223억2000만달러(26조원)를 기록해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주력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3분기에 정점을 찍었고,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수율 개선과 신규 고객 확보로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LG전자 모델이 LG 오브제컬렉션 상냉장 하냉동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 모델이 LG 오브제컬렉션 상냉장 하냉동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 3분기 매출은 18조원쯤으로, 분기 최대였던 올해 1분기(17조8000억원) 실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대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생활가전(H&A) 사업 부문이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인 덕분이다.

생활가전 부문 3분기 매출은 6조5000억~7조원, 영업이익은 5700억~58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매출은 전체의 3분의 1, 영업이익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영업이익에서 2017년부터 4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매출은 매년 근소한 차이로 월풀에 밀렸다. 2020년 LG전자 H&A 부문 매출은 22조2691억원으로, 월풀(22조8655억원)과 대비 6000억원쯤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연속으로 미국 월풀을 제치고 생활가전 부문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는 이미 상반기에만 월풀에 1조6000억원쯤 매출이 앞섰다. 3분기는 양사가 비슷한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예년처럼 월풀이 블랙프라이데이를 계기로 4분기 매출이 9000억원쯤 앞서더라도 LG전자를 뒤집기는 어렵다.

4분기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LG전자의 가전 부문 모두 실적이 둔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4분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평균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하반기에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서버 D램 가격도 4분기 들어 0∼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 역시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펜트업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부품 공급 차질과 물류비 상승 악재로 성장세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