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나온다고 해서 바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새로운 제품인 만큼, 개발이나 테스트 단계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온갖 문제점이 실제 사용하는 중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상품이 나오면 써보고 싶어 근질근질한 얼리어댑터가 아니라면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더라도 좀 더 여유를 두고 천천히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11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번에는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가 당장 필요 없는 이유를 정리해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런저런 문제가 좀 있어도 좀 더 기다리기보다 바로 윈도11로 갈아타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를 서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
경우에 따라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를 서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
PC보다 스마트 기기가 더 친숙한 사용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PC 사용자는 해마다 꾸준히 감소했다.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디바이스가 보편화하면서 딱히 PC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희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택근무나 원격 업무,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기 전만 하더라도 집에 PC가 아예 없는 가정이 흔할 정도였다.

재택근무나 원격 수업 등으로 갑작스럽게 PC를 사용하게 된 일반 소비자들 중에는 주로 업무 환경에 특화된 PC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낯설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PC가 상대적으로 훨씬 큰 화면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버튼이나 아이콘, 텍스트 크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보다 훨씬 작은 경우가 많다 보니 가독성이나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윈도11에서 개선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더 까까운 형태다. / 최용석 기자
윈도11에서 개선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더 까까운 형태다. / 최용석 기자
하지만 이번에 나온 윈도11은 전체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이 기존의 PC보다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디바이스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윈도 운영체제의 대표적인 ‘시작 버튼’과 ‘시작 메뉴’도 왼쪽 구석이 아닌 화면 중앙으로 옮겨졌으며, 각종 버튼이나 아이콘, 메뉴 등도 훨씬 단순하고 알아보기 쉽게 크기나 모양 등이 전체적으로 커졌다. 즉 전체적인 인터페이스가 보기 쉽고 직관적이고 단순해졌다.

그런 만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더 편하고, 오히려 PC가 쓰기 불편하고 낯선 이들에게도 윈도11은 훨씬 적응하기 쉽고 친숙한 사용이 가능하다. 복잡한 기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쓰기에도 깔끔하게 다듬어진 윈도11은 윈도10 이하 기존 운영체제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편하다.

인텔 12세대 CPU를 비롯한 최신·차세대 하드웨어 사용자

앞으로 등장할 차세대 하드웨어를 기다리고 있는 하드웨어 마니아라면 역시 윈도10보다 윈도11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윈도11의 출시 이후 나오는 상당수 최신 PC 및 하드웨어들은 처음부터 윈도11에 최적화되거나 윈도11에서만 모든 성능과 기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차세대 ‘엘더 레이크’ 프로세서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윈도11이 필수다. / 인텔
인텔의 차세대 ‘엘더 레이크’ 프로세서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윈도11이 필수다. / 인텔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곧 출시 예정인 인텔의 12세대 CPU와 이게 기반한 최신 PC다. ‘앨더 레이크’란 코드명으로 알려진 인텔의 12세대 CPU는 x86 계열 프로세서 최초로 ‘빅-리틀 구조’를 채택한 제품이다. 이는 고성능 CPU 코어와 저전력·고효율 CPU 코어를 동시에 갖춘 구성으로, 성능이 필요한 작업은 고성능 코어가 전담하고 단순하고 간단한 명령이나 작업은 저전력·고효율 코어가 따로 처리해 소비전력 대비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윈도10 이하 기존 OS에서는 운영체제에서 CPU에 각종 명령과 작업을 적절히 분배해 처리하도록 하는 ‘스케줄러’가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의 빅-리틀 구조를 지원하지 못한다. 즉 차세대 CPU의 가장 핵심 기능이자 특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고성능 코어만 사용하고, 저전력·고효율 코어는 일 안 하고 놀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즉 인텔 12세대 CPU와 이에 기반한 신형 PC로 업그레이드 및 신규 구매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운영체제 역시 윈도11을 선택해야 한다. 12세대 CPU뿐만이 아니다.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새로운 DDR5 메모리, PCI 익스프레스 5.0 인터페이스 등 각종 최신 기술들이 새로운 PC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최신 하드웨어와 기술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를 더욱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환경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개인은 물론 업무 환경까지 네트워크로 광범위하게 연결된 오늘날, 개인 및 기업의 중요한 정보와 데이터를 탈취하려는 사이버 공격도 갈수록 고도화되고 치명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보안 위협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의 하나가 하드웨어 단계에서 시스템을 보호함으로써 권한이 없는 사용자에게 통제권을 내주거나 위조·변조의 가능성을 주지 않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1을 공개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보안’이다. 실제로 윈도11을 정상적으로 설치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PC에 ‘신뢰 플랫폼 모듈(TPM) 2.0’이 달려있거나, 이에 준하는 보호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하드웨어와의 호환성 저하까지 감수하면서 TPM을 필수 요소로 선택한 이유도 그만큼 보안 위협이 갈수록 급증하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지한 윈도11의 최소 시스템 요구사항. 하드웨어 레벨의 보안 기능을 필수로 요구한다. /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지한 윈도11의 최소 시스템 요구사항. 하드웨어 레벨의 보안 기능을 필수로 요구한다. / 마이크로소프트
개인적으로는 사생활에 관련된 데이터(직접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 등)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재택근무 및 원격 업무 같은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를 보호하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TPM 같은 하드웨어 단계의 보안 기능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운영체제의 조합이 더욱 중요해진다.

지금 당장은 호환성이나 안정성 문제로 인해 윈도11로의 업그레이드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언젠가는 윈도11 같은 최신 운영체제로의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이유도 바로 ‘보안’ 문제 때문이다.

번외 : 앱 개발자 및 IT 관리자

PC에서 사용하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나 기업의 IT 관리자라면 누구보다 먼저 윈도11을 직접 설치해서 사용해야 할 직군이다. 자신이 개발하거나 개발에 참여 중인 앱 또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각종 업무용 솔루션이나 서비스 등이 새로운 운영체제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문제가 없는지 미리미리 점검하고, 문제를 먼저 발견해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자들에게 가장 먼저 윈도11의 프리뷰 버전을 배포하고, 각종 피드백을 받았던 것도 정식 출시에 앞서 사용 중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윈도11은 당초 예상보다 조금 이른 시점에 정식 출시된 만큼, 상대적으로 미처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개발자 및 IT 관리자라면 일반 사용자보다 각종 소프트웨어적인 오류나 문제 등을 더 쉽게 찾을 가능성이 높다.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더 많은 개발자와 IT 관리자들이 윈도11을 사용해 보고 관련 피드백을 보고해주는 것이 기자를 비롯한 일반 사용자들이 더 안심하고 차세대 운영체제를 수용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