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폐배터리 시장 놓고 전기차·배터리 업계 각축

이광영 기자
입력 2021.10.15 06:00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 시선을 집중한다. 2010년 전기차 보급이 시작된 후 최근 쏟아지고 있는 폐배터리는 리튬·코발트 등 유가금속 추출이 가능하고 재사용도 할 수 있어 성장성이 높다. 미래 전기차·배터리 가격 경쟁력 확보는 폐배터리 활용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에 달린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는 2020년 275개에 불과하지만 이는 2025년 3만1696개, 2030년 10만7520개로 급증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2019년 1조6500억원에서 2050년 600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수산화리튬을 살펴보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다.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였던 J B 스트라우벨이 2017년 세운 신생 기업으로 기업 가치가 37억달러(4조4000억원)에 달한다. 배터리 원료의 90% 이상을 회수하는 기술을 확보했고, 이미 전기차 4만5000대를 만들 수 있는 금속 재료를 보유했다.

테슬라는 8월 공개한 ‘2020 임팩트 리포트’에서 "자체 재활용 공정으로 배터리셀 원료의 약 92%를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2020년 말 네바다주 기가팩토리에 자체 배터리 셀 재활용 설비 1단계 설치를 완료했다.

폭스바겐은 3월 원자재 회수율을 60%에서 95%로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 최대 3600개의 배터리 팩을 재활용할 수 있는 공장도 설립했다. 일본 혼다는 6월 미국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배터리소스와 어큐라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도 7월 발간한 2021년 지속가능 보고서를 통해 폐배터리 급증을 예상하며 국내 대규모 폐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유럽·미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건설 중인 얼티엄셀즈 미국 오하이오 전기차배터리 합작공장 / 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 3사도 완성차와 협력하거나 직접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폐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창공장에는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ESS 시스템’을 설치했다. 10만㎞ 이상 달린 전기 택시에서 뗀 배터리로 만든 충전기로, 이는 전기차 충전을 할 때 사용된다. 100㎾급 충전기로 순수 전기차 GM볼트 1시간 충전시, 300㎞를 달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시스템을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전개에 가장 적극적이다. 배터리 사업 분할을 통한 자회사 ‘SK온’ 출범을 계기로 2022년 초 폐배터리 시험 공장을 완공하고 2025년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SK온은 8일 국내 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사용 후 배터리’ 성능을 검사하는 방법과 체계를 구축하는 협약을 맺었다. 양 측은 배터리를 모듈 단위로 평가하는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팩 단위 평가 방법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한다.

삼성SDI는 아직 독자적인 폐배터리 활용 기술 개발에 나서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했고,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해 성일하이텍 등 국내업체와 협력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 원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배터리 재사용과 핵심 원료 회수를 위한 기술 개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며 "폐배터리 사업은 배터리 소재 확보와 함께 전기차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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