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틸론 "외산과 공정 경쟁 판 깔아 달라"

류은주 기자
입력 2021.10.17 06:00
서울 강서구 마곡동 사옥에서 만난 최백준 틸론 대표의 첫인상은 ‘차분한 열정가’라는 느낌이었다. 틸론은 클라우드 가상화 전문기업이다.

최 대표는 IT조선과 만나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직접 아이패드, 갤럭시 폴더블폰, 노트북 순으로 가상 데스크톱 환경을 시연했다. 기기마다 다른 통신사란 점도 강조하며, 고화질인 4K 영상을 끊김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모든 질문에 그냥 답하지 않았다.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화면으로 띄워 수치나 현황을 기반으로 설명했다. 어떤 설명을 할 때 어떤 자료를 찾아서 보여줘야 하는지 바로 파악하고 있었다. 논리적인 주장만 할 것 같은 냉철한 인상을 풍기지만, 최 대표도 허황된 꿈을 꾸는 괴짜 취급을 당하는 시절이 있었다. 물론 클라우드 시장이 개화하기 한참 전의 일이다.

최백준 틸론 대표 / 틸론
최 대표는 "과거에는 공공에서 수조원을 들여 PC를 클라우드로 전환할 것이다라는 소릴하면 ‘허황된 꿈’이라는 소릴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진짜 그런 세상이 왔고, 최근 생전 처음 작성해보는 금액의 견적서를 작성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틸론은 척박하기로 유명한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에 살아남아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국내외적으로 서비스형데스크톱(DaaS) 시장이 급성장하는 호재를 만나며 회사가 퀀텀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행정안전부는 7월 2025년까지 모든 행정·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이 클라우드 기반 통합관리 운영 환경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개방형 OS 확산 전략에 따라 2025년까지 공공 DaaS 시장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의 개화가 무조건 틸론에 호재인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공공기관의 외산선호 현상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SW업계에서는 흔히 외산 기업이 ‘골리앗' 규모가 작은 국내 벤처 기업을 ‘다윗'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막강한 자본력과 인적 네트워크 기반을 갖춘 외국계 기업과의 마케팅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틸론도 고군분투 중이다. 심지어 모 기업은 틸론을 견제하기 위해 덤핑입찰을 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거듭해서 기술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도 모 공공기관에서 노골적으로 한 외산 제품을 찍어서 SI 업체들에 가져오라고 했다는 소릴 들었다"며 "제일 많이 대는 핑계가 세계 1위 제품이니 사용한다는 것이지만, 업계 사람들은 왜 그 제품을 고집하는지 다 알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벤치마킹테스트(BMT)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그것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며 "BMT 결과에 따라 납품한다면 틸론이 1위기 때문에 외산과의 경쟁에서도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 계열사와 일부 기관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틸론이 납품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최 대표는 "다른 이해관계없이 오로지 성능과 가격만으로 제품을 판단하고 납입을 결정하는 절차를 보면서 삼성이 왜 일류기업인지 느끼고 있다"며 "공공에서도 IT제품을 덮어놓고 구매하는 관행을 없애고 영국 정부처럼 디지털 마켓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백준 틸론 대표 / 틸론
영국의 디지털 마켓 플레이스는 공무원이 대면과정 없이 기능과 가격에 따라 IT제품을 선택해 구입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이 있지만,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리를 잡아나가는 단계다.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제도는 조달 절차 없이도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등록된 디지털 서비스를 수의계약 할 수 있다. 틸론도 해당 제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외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SW분리발주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의 저가낙찰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외없이 SW 분리발주가 필요하다"며 "공정하게 기술로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만들어줘야 글로벌 시장까지 넘볼 수 있는 SW기업이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가상데스크톱(VDI)의 보편화를 앞당겼다면, 다음 기회는 메타버스에 있다. 틸론도 메타버스 시장을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

최 대표는 "메타버스 내에서 가상화된 업무환경을 구축하려면 대안이 DaaS밖에 없다"며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SaaS와 DaaS의 영역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며, 한때 홈페이지를 만드는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흥했듯이 4~5년 뒤 3D 홈페이지가 보편화 된다면 가상화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틸론은 2021년 전년대비 최소 70%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서 체력을 비축해나가며 해외 시장도 노린다. 최 대표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 지속적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국내 100만, 해외 1000만 고객사 확보가 목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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